10대 때만 해도 최신곡들을 줄줄이 외우곤 했습니다. 노래방에 가면 항상 신곡페이지에서만 부를 노래를 골랐습니다. 왠지 가나다순으로 되어 있는 색인 페이지에서 부를 노래를 고른다는 것은 신세대임을 부정하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으로 보일 것만 같아 주저스러웠습니다. 당시 어른들이 부르고 싶은 옛날 노래를 가나다순으로 뒤져가며 찾는 것을 보고 '난 나이 먹어도 저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신곡에 대한 트렌디함을 잃지 않고 살고 싶었죠.


하지만 지금 그 당시에 어른들이 그랬던 것처럼 저또한 '이달의 신곡'페이지는 쳐다보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저만 그런게 아니라 저와 같은 또래들이 많이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거죠. 항상 부르던 것들만 부르다보니 사실 노래방에 흥미를 느끼지도 못하죠. 새로운 노래들을 계속 알게되고 그 중 취향에 맞는 좋은 노래들을 골라 직접 부르면서 신곡에 흥미는 느껴야 하는데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 것이 참 힘들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연구결과를 보니 저만 그런 것이.. 더 나아가서는 국내의 아저씨들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2015년 4월 22일 음악 연구 블로그라고 하는 Skynet & Ebert 의 블로그에서 연구 결과 하나를 발표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대중 음악의 최신곡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즉 나이가 먹을수록 최신의 대중음악을 잘 안듣게 된다는 얘기죠.


근거는 Spotify 와 Echo Nest 의 미국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2014년의 스트리밍된 자료를 조사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에 따르면 10대의 경우는 음악 취향이 굉장히 대중적인 음악의 지배를 받습니다. 그리고 이후 20대가 되면 그런 대중적인 취향이 꾸준히 감소하기 시작하고, 30대 초반이 되면 꽤 성숙한 음악적 취향을 가지게 되면서 새로운 음악보다는 기존에 들었던 음악을 계속 듣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남녀차이를 보자면 최신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 감소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급격한 양상을 보입니다. 여성들은 13-49 세 사이에서 대중 음악에 대한 관심이 느리고 꾸준한 감소를 보인 반면, 남성들은 30 대 초반부터 대중 음악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떨어져 버립니다. 그리고 집에 자녀를 두고 있을 경우는 나이가 들어도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음악을 듣다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블로그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락인 (lock-in)' 효과로 정의합니다. '자물쇠 효과'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기존의 제품 및 서비스보다 더 뛰어난 것이 나와도 이미 투자된 비용이나 기회비용,

혹은 복잡함이나 귀찮음으로 인해 타 제품 및 서비스로 옮겨가지 못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상품을 무상 또는 저가에 제공하여 고객을 확보 (고착화)한 후 유료로 전환하게 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번호를 바꾸기 어려운 휴대폰 단말기를 싸게 공급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고착화효과라고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자물쇠 효과 [lock-in effect] (한경 경제용어사전,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


국내에서의 연구 결과였다면 저 개인적으로는 이 결론에 호응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국내 대중음악 시장은 유독 젊은 친구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 젊은 친구들인 아이돌 입장에서는 지금의 그들 또래나 그 이하 연령층에서는 인기를 얻는 것이 어려워보이지는 않으나 그 나이대를 훌쩍 넘어버린 연령층에게도 동등하게 사랑받기는 꽤 어려운 일일테니까요. 애초에 국내 대중음악 자체가 20대 이상의 연령층을 끌어들일 흡입력은 부족한게 사실이죠. 하지만 미국의 데이터라고 하니 살짝 믿음이 갑니다. 


자~ 이제 최신곡 따라잡기를 못한다고 해서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자책하지 말자구요. 오래된 노래건 최신곡이건 눈치보지 말고 자기 취향대로 들으면 됩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