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를 제조하는 기업 중에 아주 유명한 Gibson 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기타를 치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도 '좌펜더 우깁슨' 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정도로 일반인들에게도 유명한 브랜드 입니다. 1902년 10월 11일에 출벌해 올해로 117년을 맞는 유서 깊은 회사입니다.


2018년 5월.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방송인 CNBC는 2월 20일 깁슨의 매출부진이 계속 이어지면서 자금난이 심해졌고 부족한 자금을 채권발행 등으로 융통해 왔으나 최근에는 이 나마도 어려워 자금관리에 비상이 걸렸다는 내용을 알렸습니다 


깁슨이 발행한 회사채 중 3억7500만 달러어치가 조만간 만기 도래한다. 여기에 은행 차입 금 1억4500만 달러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채 3억7500만 달러에 차입금 1억4500만 달러를 합한 5억2000만 달러를 갚지 않으면 부도가 날 상황이다. 달러당 환율을 1달러당 1100원으로 잡을 때 우리 돈 으로 572억의 현금흐름이 부족한 상황이다. 



깁슨은 라이프스타일 음악회사로의 전환을 위해 헤드폰과 하이파이 사업을 위한 '욱스 이노베이션'과 '온쿄'를 인수한 것이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고 자평했습니다. 인수가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물론 경영상의 정확한 내용은 알수 없지만, 이외에 깁슨에게 가장 큰 타격이 온 직접적인 이유는 기타판매의 매출부진이 가장 큰 영향일 것입니다. 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누가 요즘 기타를 치냐'는 것이죠


사람들이 록음악에 열광하던 시기는 지나버렸고 새로운 장르의 음악들이 빠르게 시장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정부의 IT육성 정책과 맞물려 새로운 것을 빨리 적응하고, '전자','디지털'을 좋아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특성은, 기존 밴드음악에서 EDM으로 칭하는 전자음악의 확산을 빠르게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기타가 요즘 쏟아지는 최신 음악들에 기타가 사용되는 비율은 별로 높지도 않을 뿐더러, 우연찮게 기타가 사용되는 노래에서마저도 이미 가공되어 제품 형태로 출시하는 '샘플'을 사용해서 실제 기타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서양의 트렌드를 이끄는 노래 중에서는 기타의 사용이 국내보다는 조금 높게 나타납니다. EDM, 힙합 등에서도 자주 사용됩니다.


또한 요즘 젊은 사람들은 기타를 친다고 하면 '아재'이미지를 많이 떠올린다고 합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잠깐 어쿠스틱 기타의 판매가 늘기도 했으나, 결국은 옛날 사람들이나 치는 악기가 되어버린 것이죠. 물론 저도 기타라고 하면 70년대에 장발 단속과 청바지 이미지가 제일 선순위로 떠오르긴 합니다.


단지 기타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많이 보아오고 익혀왔던 악기들이 MIDI의 등장으로 많이 인기가 식어가고 있죠. 다른 악기 제조사들도 줄줄이 이런 여파에 휘둘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또한 고가의 정책을 고수하는 깁슨의 경영 방식도 많은 매출 하락을 불러왔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위에 이유들로 인해 기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요즘은 저가의 기타들도 상당한 수준의 퀄리티를 만들어 냅니다. 저가 기타의 소리와 고가 기타의 소리는 단지 내가 원하는 소리 '취향의 차이' 정도까지도 근접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깁슨의 사태는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음악의 취향이 많이 달라졌음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