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전화번호로 오는 전화는 안 받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문자메세지 또한 마찬가지다. 문자메세지 수신을 알리는 비프음에 무감각해진지도 오래되었다. 이유는 다들 짐작하겠지만 쓸데없는 광고를 포함하는 연락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나는 좀 나은 편인겠지만 '영업'같은 모르는 전화번호를 꼭 받아야 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은 얼마나 스트레스에 시달릴지 공감이 간다.


나는 가끔 스마트폰에 스팸메세지 보관함을 살펴본다. 가끔 그래야 하는 이유는, '070'으로 시작하는 모든 번호 차단부터, 의심이 살짝이라도 갈 만한 단어들을 필터링하여 죄다 스팸으로 걸러지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건질 메세지들은 거의 없다.


그런 스팸메세지들을 살펴보고 있자면 참 가관이다. 어쩌면 시중은행 이름을 그대로 도용해서 사기치려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내가 거래하지 않는 은행이름으로 메세지를 받는다면 속아넘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이가 많은 고령분이거나 사회경험이 없는 사회초년생일 경우 말이다.


여담이지만, 이런 것들을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지 않아 별다르게 수사하지 않는 경찰을 원망해본다. 경찰 본인들한테도 이런 메세지들이 어마어마하게 날라들 텐데 말이다. 나는 평소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사기범이 제일 활기치는 나라로 손꼽히는데는 경찰과 사법부의 태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객관적인 자료로서도 드러나지만, 사실은 내 경험에 의해서다. 그 경험에 대해 이 블로그에 장황하게 서술하는 날이 올지는 모르겠다. 


자주 이런 형태의 문자 메세지를 받는다.



여기 내가 받은 두 개의 피싱 문자메세지가 있다. 아 오른쪽 메세지는 불법대출 권유 메세지겠군(물론 확신할 수는 없다. 수수료를 선입금 하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여러분은 왼쪽 문자메세지를 보고 본문만으로 사기인지 판단 할수 있겠는가? 


어디서 온 메세지인지 전화번호를 검색해 볼 필요도 없다. 물론 내 주거래 은행이기 때문에 발신 신 전화번호만 봐도 알지만 살짝 내용만 훑어봐도 이건 사기성 SMS다. 또한 주거래 은행이 아니라서 발신번호를 구글에 검색해 본다면 이 역시 바로 사기 메세지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포스팅의 주 내용은 본문 내용만으로도 사기 메세지를 걸러내는데 있다.


바로 다음과 같은 내용(빨간박스)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표현은 맞는 표현이 아니다. '신청접수 가능하십니다'라니? 신용대출 따위에게 왜 높임말을 쓰는거지? 과연 KB국민은행 본사에서 보낸 메세지라면 과연 이런 국어 실력도 형편없는 담당자를 채용했을까? 어쩌다가 오타나 띄어쓰기는 실수할 수 있지만 이런 형태로는 쓰지 않는다.


이런 표현이 내 기억으로는 2000년대 중반 쯤부터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보는 경어스러운 표현에 의아해 하며 나도 간혹 쓰긴 했다. 하지만 이 표현이 틀리다는 것은 '우리말 나들이' 같은 방송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결국 틀린 표현이라는 얘기다. '아버지가 식사를 하십니다' 같이 주체가 아버지이기에 높임말을 쓰는 것은 가능하지만, 저런식의 표현은 얘기가 달라진다. 사기범들의 의도와는 달리 '신청접수 가능하십니다.'는 신청접수 받는 호구를 높여주는 말이 아니라 자신들이 사기치는 '신용대출 신청접수'를 높여주는 말인 것이다. 즉 처음부터 호구취급 하는 셈이다.


왼쪽 메세지는 그 외의 내용은 그럴듯 하다. 아마도 은행의 다른 공식 메세지에서 내용은 그대로 따다가 쓴 듯하다. 물론 사기범들에게는 내용이 속아넘어가도록 그럴싸 하기만 하면 됐지 내용은 별 쓸데없을 거다. 얼마나 대단한 혜택을 주는지 썼던 간에 그대로 해줄 건 아니니까. 그러니 사기범이지.


물론 사기범들에게 국어 공부를 하고 나서 피싱 메세지를 작성하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이 것을 보는 일반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내용만으로도 사기를 판단하라는데 목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