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포비아 : 

전화통화를 기피하는 현상으로 통화보다는 문자나 모바일 메신저, 이메일로 소통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을 말한다. 콜포비아는 2009년경 처음 등장한 스마트폰에 의해 나타난 현상으로,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대화·배달 등이 해결되다 보니 메신저나 문자는 익숙해진 반면 전화 통화는 어색해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콜포비아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나 또한 전화벨 울리는 것이 별로 반갑지 않다. 일단 광고전화일 경우가 태반이라 더 그럴 테고(이 때문에 요즘은 모르는 전화는 아예 받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광고전화가 아닌 아는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온 경우에도 역시 느끼는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는 사람과의 통화에서는 서로 말이 끊기고 난 다음의 적막감이 싫고 그렇다 보니 쉴 새 없이 머리를 굴려 할 말을 끄집어내야 하는 과정이 생각만 해도 귀찮다.  

전화를 걸어야 할 때도 그렇다. 음식주문 전화를 하려고 해도 도통 전화 한번 하기가 힘들다. 보통 아내가 하곤 하는데 그렇다 보니 나는 더 전화를 안 하게 된다. 또한 궁금한 것이 있어 콜센터에 전화를 하려고 해도 전화기에 손이 가질 않는다. 더불어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전화를 잘 안 하게 된다. 

아래 뉴스기사에서 콜포비아를 다루는데 내가 공감하는 내용들이 꽤 있었다. 
http://www.ekn.kr/news/article.html?no=368800 

이 기사를 일고 나니 난 콜포비아가 확실한 듯하다. 하지만 이런 콜포비아가 스마트폰에 의해 나타난 현상이라는 말이 맞을까? 그렇다면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이런 일이 없었을까? 내가 전화통화를 별로 좋아하는 않는 이유를 과거 경험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휴대폰이 없이 집전화만 있던 어린 시절, 전화를 받으면 혼날 일이 생겼다. 무선이 아닌 탓에 어머니가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집에서 빈둥대고 있던 내가 받아야 했고 여러 이유로 꾸중을 들었다.  
그냥 끊어야 할 전화를 바꿔주면 '엄마 없다고 그러지 왜 바꿔주느냐' 
중요한 전화인데 모르고 끊으면 '연락처를 받아놔야 할 것 아니냐' 
집전화를 받는게 썩 내키지 않았다. 제발 내 친구한테 걸려올 일은 거의 없으니 당사자(엄마,아빠) 두 분이 전화 좀 받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밤에 놀고만 있으면 엄마한테 전화가 온다. '언제 들어올 거냐?','왜 아직 안 들어오냐?' 등의 잔소리로 시작한 전화통화는 일방적으로 결국 엄마의 일방적인 소리 지름으로 끝난다. 그 이후로 엄마의 전화는 받기 전부터 스트레스가 엄습해 온다.  


연애를 한창 하던 아직 어렸던 시절, 전화로 대화 중 서로 대화 끊김에 발생하는 적막감이 싫었다. 그런 적막감을 회피하고자 내뱉은 쓸데없는 말로 오해가 생겨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경우도 부지기수다. 당시에는 내가 MC병이 있었던 듯싶다. 그럼 그때 문자로 대화하지 그랬느냐고? 당시에는 'ㅋㅋㅋ'도 'ㅎㅎㅎ'도 없었고 이모티콘도 없었다. 내 감정이 실리는 전화통화보다 도통 감정을 알 수 없는 그 SMS가 더 오해를 사는 일이 많아 전화통화를 많이 했었다. 


잠시 신용불량자의 길을 걸었다. 채권자의 전화가 올 때마다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냥 내 전화기에 전화벨 울린다는 것 자체가 싫었다.  


궁금한 것이 있어 콜센터에 전화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통화시간은 1분 내외로 끝날 대화지만, 대기시간과 해당 부서로 연결하느라 꼭 들어야 하는 안내멘트, 그리고 그에 대한 나의 선택을 거치고 나면 총 통화시간은 5분이 넘기 일쑤다. 중간에 잘못 누르면 경우에 따라서 처음부터 전화를 다시 걸어야 한다. 아주 많이 비효율적이다.  

이렇게 전화통화가 싫은 이유들을 나열하고 나니, 내가 콜포비아가 된 이유가 굳이 스마트폰 때문이라고 할 수 없었다. 
나만 그런 것일까? 그럼 다른 사람들은 이런 이유들이 아닌 스마트폰을 자주 만지게 되면서 손가락질이 더 편하기에 통화를 피하는 걸까? 스마트폰과 폰포비아와의 관계는 밀접하다. 하지만 원인과 결과로써의 둘의 관계가 아니라. 만연하는 사회현상과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서의 관계가 맞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