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을 하기 위한 DAW 프로그램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너무 많아서 일일히 다 나열할 수는 없지만 대략 큐베이스, 로직, 소나(구 케이크워크), FL 스튜디오, 프로툴 그리고 스튜디오원(Studio One) 등등으로 볼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선택의 종류는 참 넓다.


그 중에 내가 쓰는 프로그램은 스튜디오원이다.

그렇다면 난 어떻게 스튜디오원까지 오게 되었을까?


난 꽤 이른 시기에 MIDI에 입문했는데(1997년) 당시에 쓰던 프로그램은 사운드카드 '사운드 블라스터'를 사면 번들로 주는 프로그램인 '미디 오케스트레이터 플러스(Midi Ochesrator Plus)'였다. 이 것이 내 첫 음악 프로그램인 것이다.



어렴풋한 기억에 구글 검색을 해본 결과 몇 개의 스크린샷 파일을 구할 수 있었다. 이 사진을 보니 옛날 기억에 감회가 새롭기까지 하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상당히 단촐한 프로그램으로써 당연히도 오디오 기능이 없기 때문에 (당시 오디오 파일을 편집하거나 오디오 파일에 이펙트 효과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직 출시 전이었다.) 단순히 MIDI 용으로만 썼다. 음악을 듣는 것만 좋아했지 컴퓨터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때여서 기능에 욕심없이 꽤 재미있게 배웠다. 물론 혼자서 끙끙대며 독학한 것이지만 말이다.




저 프로그램을 쓰면서 MIDI의 기초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다. 손쉬운 인터페이스를 가지지 않은 탓에 (저 당시 프로그램들이 다 그랬겠지만) 각 트랙마다의 고유한 세팅값을 주기 위해서는 이벤트 리스트를 사용하여 직접 쳐서 넣어야 했다. 볼륨, 익스프레션, 악기번호, 리버브, 코러스 등등을 말이다. 이렇게 트랙이 시작하는 초반에 이런 정보들을 넣어주지 않으면 플레이 될때마다 소리가 달라진다던가 다른 파일을 열었을 때 이전 파일의 이벤트값을 참조해 버린다. 이 것을 텍스트로 직접 입력시키기 위해 MSB와 LSB 번호를 사용하였다. 물론 지금이야 이런 것들을 몰라도 음악 하는데 지장은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케이크워크 3.0과 많이 유사했던 프로그램이었다.


또한 127개의 기본 사운드카드 음색만 써야했으므로 더 다양한 소리를 내기 위해 이펙터에 대한 실험도 많이 했던 시기였다. 물론 리버브, 코러스 정도였고 소리가 분명히 변하긴 했지만 어떻게 얼마만큼의 음색 변화가 있었는지는 도통 알지 못하서 답답해 하던 시기였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아직도 저 프로그램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구글 검색을 통해서 알았다. 대체 왜?


이제 이런 시퀀싱 프로그램에 욕심이 생기고 나서 배운 것은 로직 플래티넘2.0(Logic Platinum 2.0)이었다. 지금은 맥에서만 구동이 되는 로직이지만 초창기에는 윈도우즈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다.



구글 검색으로 얻어낸 사진이지만 이 사진의 로직은 2버전이 아니고 더 이후 버전이다. 2.0버전은 트랙리스트에 그림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 로직은 다양한 기능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물론 이 때부터 나의 장비가 하나씩 늘기도 했었지만 그런 다양한 장비들이 로직과 결합하여 내는 효과는 정말 놀라웠다. 오디오를 제외한 미디 기능 하나로써는 저만한 프로그램이 없다고 표현할 정도로 미디 기능이 참 뛰어났다.




로직을 쓰면서부터 기존 사운드카드의 127음색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사운드 블라스터에서 제공하는 기능인 '사운드 폰트'기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기준으로 말하면 샘플러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기능이 있었다. 샘플러처럼 사운드 폰트 파일을 구해 로딩시키는 것이다. 램을 사용하여 로딩시키는 것인 만큼 컴퓨터에 부착된 램의 용량에 따라 조금 더 좋은 소리의 사운드 폰트 파일을 열수 있었다. (난 이 때부터 램 용량의 집착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결국은 음원모듈 Roland의 SC-88 Pro을 새로 들이면서 사운드폰트를 더 이상 쓰지 않았지만 음색 만큼은 사운드폰트가 더 좋았다. 다만 컴퓨터 성능의 한계 때문에 더 쓸래야 쓸 수도 없었다.


로직이 맥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업데이트됨에 따라, 갑자기 내가 윈도우즈에서 맥으로 갈아탈 수는 없는 일 결국 큐베이스로 바꾸기로 했다. 정말 울며 겨자먹기로 바꾼 일이었고 난 로직을 끝까지 쓰길 원했으나 그럴 수 없는게 참 안타까웠다.




로직에서 나온 개발자들이 큐베이스를 차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막상 큐베이스 SX3 쓰면서 느낀 점은 미디 기능에 참 열약하다는 생각이었다. 제일 불편했던 것은 로직에 있던 flam?(철자가 질 기억나지는 않는다) 기능의 부재였다. 이 기능은 같은 수직 선상에 있는 노트들을 느낄 듯 말듯 작은 수치를 통해 시간차를 주는 기능으로, 이 기능을 통해 기타의 스트럼 소리를 잘 표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디오 기능에 강점이 있다고 하는데 오디오를 다룰 줄 몰랐던 이 때에는 그 장점을 내가 살릴 방도는 없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내가 미디에서 오디오 기능까지 결합하여 최종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발전했던 것은 이 큐베이스의 영향이 컸다. 큐베이스를 쓰면서 VST와 VSTi 등의 새로운 가상악기와 이펙터들을 접하게 되고 이는 SC-88을 쓰면서 도저히 채워지지 않았던 좋은 음색의 욕망을 완전히 해소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이 큐베이스의 가장 강점은 사용자가 많다는 것이다. 같은 큐베이스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많다보니 사용하다가 어려움에 부딪혀도 질문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아주 크다. 이는 새로 시작하는 초보들에게는 아주 큰 강점으로 다가오므로 만약 잘 모르는 상태에서 새로 미디에 입문한다면 큐베이스를 추천한다.


그렇게 큐베이스를 쓰던 중 새로운 자극의 필요에 따라 다른 DAW를 쓰기로 했다. 어떤 것이 좋은지 고민하던 중, '스튜디오 원(Studio One)'이 큐베이스의 개발자가 나와서 개발한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결국은 로직->큐베이스->스튜디오 원 이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단축키도 큐베이스와 많이 유사하지만 큐베이스와는 다르게 조금 더 직관적이고 쉬운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선택한 스튜디오 원. 지금 2년째 쓰고 있는데 편하고 좋다. 특히나 단촐한 옵션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내 다시 생각해 보니 큐베이스에는 옵션에 선택사항이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데 난 그 것들을 얼마나 활용하는지 생각해 보니 스튜디오 원의 편리함에 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요즘 나오는 DAW 프로그램들이 워낙에 많은데 '어떤 것이 가장 좋냐?' 라는 질문을 한다면 '각기 별 차이 없다.'라는 답을 주고 싶다. 사실 음악을 만드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VSTi 같은 플러그인들이다. 대체적으로 플러그인을 통해 모든 것을 완성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DAW는 그 플러그인들을 사용할 수 있게 기반을 만들어 주는 존재라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예전에는 미디 기능이 뛰어난 DAW를 원했으나 결국 이 것은 리얼한 악기 소리를 위한 것, 그런데 그 것들을 플러그인에서 다 해결할 수 있으므로 결국은 얼마나 플러그인을 잘 쓰느냐가 핵심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면에서 난 스튜디오 원에 만족한다. 생각해보면 다른 DAW보다 더 뛰어난 기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DAW는 거들뿐..


'스튜디오 원 프라임'은 무료버전이므로 관심이 있다면 사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아래 링크로 접속할 수 있다.

https://shop.presonus.com/Studio-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