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을 알기 위해 알아야 하는 것은 음악적인 지식 즉 음악이론이다. 그리고 그 작곡을 하기 위한 도구로써의 기능을 하는 것이 MIDI다. 결국 MIDI는 작곡을 하기 위한 절차이다 도구이다. 요즘의 경우 예전처럼 피아노 앞에 앉아서 오선지에 음표를 그려가며 곡을 쓰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MIDI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그런데 그런 작곡을 하는데 있어 음악이론을 배우는 것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래 스크린샷을 보면 그런 질문이나 의견들이 간간히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 커뮤니티는 디씨인사이드의 '작곡갤러리'라는 곳이다. 비슷한 커뮤니티로는 '큐오넷'이 있는데(타 사이트들도 많지만 대표적으로 큐오넷만 표기) 아무래도 전문가들이 많다보니 얻을 수 있는 지식도 상당히 방대한 곳이지만 워낙 어려운 내용 탓에 초보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초보자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 작곡갤러리다. 물론 이 곳에도 상당히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유저들도 상당수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디씨인사이드의 특성상 반말이 오가는 글이 주를 이루기도 하고 올라오는 질문이나 의견을 보면 초보적인 질문들이 상당히 많다. 어찌보면 편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들이 좋아보이기도 한다. 큐오넷 같은 타 사이트의 경우 글 작성시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초보적인 질문을 올릴 시 질타를 받는 모습과는 상반되는 커뮤니티이기 때문이다. 다만 디씨인사이드에서는 충고정도가 아니라 쌍욕이 날아들어올 수도 있지만 알고 모르는 사람들간 상하 차이를 보여주지 않고 누구나 평등한 것이 어쩌면 장점이다. 그래서인지 이 곳 작곡갤러리에서는 터무니없는 그릇된 정보들이 남발하여 마치 정설처럼 퍼질까 두려운 내용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 중에 하나,
"화성학 대위법 이딴거 다 필요없다 음악프로그램만 익혀라"
과연 이 것을 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도 진짜 그렇다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는 더욱 더 이론 공부에는 등한시하게 되고 DAW프로그램과 각종 플러그인을 익히는데만 열중하려 할 것이다.
물론 요즘 소프트웨어들이 상당히 좋아진 덕에 그 것들만 잘 만져도 어느정도 시중 앨범을 흉내 낼 수도 있긴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상당한 양의 훈련기간이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이 때문에 요즘은 미디를 한다고 하면 음악이론 외에도 공부를 해야 할 양이 어마어마하다시피 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음악 이론을 등한시 하라? 이 말은 뭔가 앞뒤가 바뀐 말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음악이론을 배워보지 않았거나 처음만 살짝 공부해 본 사람일 것이다.
일단 작업효율면에서 생각을 해보자.
자 여기 코드 진행의 수준이 동요와 트로트와 다를 바 없고 애드립도 거의 없다시피한 근친코드로 이루어진 곡을 만든다고 치자. 이론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한 곡을 만드는데 한 시간을 소비한다고 한다면 이론이 없는 사람은 한 시간에 어림도 없거니와 하루가 걸려도 곡을 끝까지 완성하지 못할 수 있다.
이 쉬운 곡을 하나 만드는데 과정을 보자면, 이론이 머리에 있는 사람의 경우 알고 있는 코드진행만 대입하고 그 것들의 순서만 바꿔가면서 금방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의 경우 어떨까? 코드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해당 마디에 어울리는 구성음들을 직접 손으로 눌러가며 찾아야 한다. 어디에서 코드를 바꿔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한 마디 또는 반마디 단위로 계속 하나씩 눌러가며 코드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작업이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지만 중간에 그 곡을 포기하고 다른 곡을 새로 작업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지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그 곡이 C키라면 그나마도 쉽다. 흰 건반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C키가 아니라면? 글쎄 곡을 끝까지 완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바꿔 말하면 이론이 머리에 있는 사람은 자기 역량의 50%만 활용하여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에 비해 이론이 머리에 없는 사람은 자기의 능력을 100% 끌어쓰면서도 결국 작업시간은 훨씬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 완성이라도 하면 다행이다.
음악이론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생각해 보자
'나는 과연 곡작업 하나를 시작하면 끝을 맺는 사람인가?'
물론 믹싱과 마스터링 전단계까지 말이다.
물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작곡은 창작인데 이론을 배우면 너무 틀에 갇히는 것은 아닐까? 그 것이 창작일까?'
음악의 역사는 몇 백년이 훌쩍 넘는다. 그 기간동안 누적된 음악 이론은 결국 '어떤 코드 진행이 음악적으로 잘 어울리는가?' 도 상당부분 포함된다. 키와 앞에 활용된 코드에 따라서 다음 코드의 선택은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전혀 쌩뚱맞는 코드가 나와서는 곤란하다. 정말 창작을 하고 싶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것 같은 심정으로 새로운 코드 진행을 하고 싶거든, 그 경우의 수를 미리 알고 그 경우의 수를 제외한 진행을 찾아봐야 한다. 그 경우의 수를 알려면? 그 것은 이론 공부가 답이다.
"이론도 모르는 내가 코드를 만들어서 몇개 붙였는데 여태껏 들어보지 못한 정말 새로운 멋진 진행이었어!"
본인이 몰랐다고 해서 정말 새로운 코드 진행을 개척한 것일까? 이미 여러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코드 진행이었을 것이고 서점에 가면 이미 누군가에 의해 음반이나 책으로까지 출판되어 있을 진행일 경우가 99%다. 사실 찾아낸 그 것도 일반적인 것을 벗어난 별다른 진행이 아닐 확률도 높지만 말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얻어걸리는 격으로 정말 좋은 코드 진행이나 스케일을 발견할 수도 있다. 시간을 내서 음악 이론 공부도 하지않았는데 그렇다면 정말 굉장한 이득이 아닐 수 없다(물론 이 것이 이론서에도 소개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것이건 아니면 자기만족적인 것이건 관계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기억하자. 그건 일회성이다.
일회성이라는 말의 뜻은, 그 코드진행이 좋았다고 해서 다른 곡에도 쓸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쓰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다른 곡에서도 쓰고 싶으나 쓰지 못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좋은 코드를 썼다면 그 코드가 해당 곡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는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다른 Key로 작업을 했을 때도 활용할 수가 있다 (항상 같은 Key로만 작업을 한다면 그 것도 큰 문제다). 하지만 음악 이론을 전혀 모르는 당신! 그 코드가 이 곡의 키에서 몇 도의 어떤 종류 코드인지 알수 있는가? 당연히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 곡으로써 그 코드진행의 생명은 다한다.
'음악을 공부한 적도 없는데 음악을 잘 하는 사람이 너무 대단하게 보이는가?'
이론 공부를 주저하는 이들의 생각 중 하나다. 이런 케이스의 사람이 무언가 더 있어 보이니까. 하지만 이런 경우는 한 가지 악기를 오래 다룬 덕에 악기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사람이 확률이 크다. 상당히 악기를 오래 다룬 실력이라면 어느정도 갖춰진 음악 이론없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매력이 떨어졌다는 것도 염두해 두자.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소형차 하나 값이 필요한 시절, 혼자서가 아니라 무리를 이루어야 음악이 가능했던 시절, 따라서 음악을 함에 있어 진입장벽이 높았던 시절에나 높이 평가받았던 것이다. 또한 눈물 찡한 스토리가 있어도 좋다. 음악을 배우지 못할 수밖에 없었던 슬픈 스토리 말이다. 그 것이 아니라면 지금은 아무나 집에 컴퓨터만 있으면 음악을 할 수 있기에 오히려 게으른 사람, 열정없는 사람으로 평가받기 쉽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에도 별다른 음악 이론이 필요하지 않는 음악들이 많이 생산된다. 특히 KPOP이나 EDM에서 그런 경향을 많이 보이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나는 다 제쳐두고 나는 도미솔, 솔시레, 도파라만 있으면 된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굳이 세련된 코드 진행도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하지만 그 것이 죄인가? 그렇지 않다. 충분히 그 것만으로도 좋은 곡을 만들 수 있다. 아니 더 나아가 그렇게 쓰여진 곡들은 다른 세련된 곡들보다 오히려 수명이 더 길게 명곡으로 남기도 한다.
하지만 어린시절 학교에서 내가 앞으로 무슨 직업으로 살지도 모르는채 각자 전혀 상반되는 과목들인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 등을 배운 이유를 이해한다면 이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아는 사람이 많아 인맥을 통한 KPOP이나 EDM 방면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는 보장이 있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 하지만 그 범위에서 조금만 멀어지고 나면 그 C,G,F 세가지 코드로 활동할 수 있는 분야는 드물다. 조금 극단적인 예가 될지도 모르지만 당장 뮤지컬과 영화음악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언제든 트렌드가 바뀔 수 있음을 염두해야 한다. 이미 꽤 음악성있는 KPOP들도 속속 나오고 있으며 동요코드, 펜타토닉 스케일만 남발하는 애드립에 질린 대중들이 언제 이런 음악들에 등돌리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그럼 그 때 가서 배울 것인가? 나이는 들면 들수록 뇌에 새로운 정보를 넣는데 매우 힘들어 한다. 지금 배워두고 계속 활용하면 자연스레 익혀지는 것도 나중에 하려면 상당한 고생을 수반할 수 있다.
또 자신감의 차이가 많은 것을 가른다는 것도 염두해 두자. 당신이 음악 이론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누군가의 곡 의뢰를 받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꼭 의뢰를 하는 사람이 음악에 대해 문외한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기타나 피아노를 배워도 조금만 더 심도있게 배우면 같이 배우게 되는 것이 결국 화성학이다. 당신은 그들과 무슨 대화를 할 것인가? 그냥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할 것인가? 상대가 조금 더 전문적으로 나오면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 나갈 것인가?
"전체적인 마이너조에 중간중간 트라이톤, 디미니쉬 코드도 좀 넣어 긴장 좀 시켜주세요."
이렇게 말해놓고 나서 보니 멍한 당신의 표정을 본 클라이언트는 무슨 생각을 할까? 자신감이 있다는 것과 자신감이 없다는 것은 많은 것을 가른다. 작업시간의 효율적인 단축, 그리고 충만한 자신감 이 것만으로도 음악 이론은 거부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아직도 음악 이론을 공부할 생각이 없는가?
이렇게 음악 이론을 공부하지 않아야 할 핑계들을 찾는 것! 다들 안해본 것이 아니다. 결국 음악을 하는 모든이들이 한번쯤 생각해 본 것이다. 하지만 이론을 배워서 남에게 배우라고 권유하는 사람은 많이 봤어도 자기가 배웠는데 쓸데없다며 공부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은 못봤다. 물론 겉핡기 식으로 조금 배우본 사람 말고는 말이다.
글이 길어졌는데 취미건 정말 이 업계에서 살아갈 생각을 하던 작곡을 하려는 이상 음악 이론 공부는 필수다. 부디 음악을 하려거든 저런 초보적인 생각은 얼른 버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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