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예술의 영역이다.

음향은 기술의 영역이다.


물론 주관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두 가지가 언뜻보면 매우 다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모두 음악을 만들기 위한 과정의 일부다. 음악은 아티스트가 만들지만 음향의 효과는 엔지니어가 한다.


그렇다면 음향작업은 무엇일까? 여러분은 음향의 효과에 대한 중요성을 이미 인식했다. 스스로 잘 모르고 있을 뿐. 

누군가는 여러분에게 작은 공간 안에서 악기를 연주했을테고 여러분은 그 것을 들어본 적이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은, 음향 엔지니어가 없는 상태에서 악기 고유의 내추럴한 소리를 여러분이 들었다는 가정을 하는 것이다. 피아노가 되었을 수도, 기타가 되었을 수도, 바이올린이 되었을 수도 있다. 또한 악기 소리를 들었던 그 공간은 친구의 방이 되었을 수도, 교실이 되었을 수도 있다.


아마 여러분들은 그 악기소리가 좋게 느껴졌던 경험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악기 소리 자체가 내가 앨범에서 들었던, 또는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보러 갔던 공연장에서 들었던 소리와 판이하게 차이가 났을 것이다.


그 원인은 다음의 같이 지목할 수 있다.


1. 악기 가격에 의한 차이

2. 연주자의 실력에 의한 차이

3. 음향 시스템의 차이


악기는 가격에 따라 표현하는 소리의 성격이 조금 다르다. 대체적으로 비싼 악기가 저렴한 악기보다 소리가 훌륭하긴 하지만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 1000만원 짜리의 악기는 10만원 짜리의 악기보다 얼마나 소리가 좋을까? 유튜브에서 개인 방송을 찾아보면 이렇게 극단적인 가격 차이를 보이는 악기들의 소리 비교 영상을 볼수 있다. 소리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생각보다 어마한 차이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저 정도의 소리의 차이라면, 좋은 연주자가 훌륭한 연주 실력으로 안 좋은 악기소리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본다.




이렇게 연주자의 실력은 좋은 소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런 실력 좋은 연주자도 큰 라이브홀이 아닌 여러분이 사용했던 교실이나 여러분의 방에 와서 연주한다면 똑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소리의 전달과 반사를 고려한 시스템을 접목시킨 공간과 여러분의 방,교실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유튜브에서 보면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있다. 콘서트를 DVD로 발매할 목적으로 찍은 영상은 유튜브에서 동영상으로 봐도 참 음악 소리가 듣기에 좋다. 하지만 같은 콘서트지만 누군가가 관중석에서 휴대폰으로 찍은 영상은 아무리 무대 바로 앞에서 찍은 영상일지라도 음악 소리가 매우 안좋다. 물론 두 경우가 다 현장에 있는 음향 엔지니어를 거쳐서 나온 음악을 들은 것이고 이를 녹음한 것이다. 하지만 관객이 찍은 영상은 스마트폰의 자체 마이크로 한번 더 녹음을 거친 것이라서 음향 엔지니어가 의도한 것과는 다르게 왜곡된 소리가 녹음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즉 아무리 뛰어난 작곡자와 연주자들이 있어도 음향 엔지니어의 도움 없이는 듣기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힘들다. '훌륭한 곡과 연주 + 뛰어난 음향 엔지니어링' 이 좋은 음악을 만들어낸다. 물론 자본이 충분하다면 '좋은 악기'까지 포함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예술의 영역에서 음악을 만든다. 거기까지만 작업된 음악은 듣기에 불편하다. 특정 주파수 대역에서는 각각의 악기들이 내는 소리가 겹치게 되어 깔끔하지 못하게 들릴 것이고, 적절히 분배해 주지 못한 소리의 방향은 한 곳에서 뭉쳐 들릴 것이며, 빈약한 사운드에, 전체적인 볼륨 역시 작을 것이다. 음향엔지니어의 손을 거치면서 작곡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사운드의 방향이 비로소 표현된다. 먼저 나열된 문제들도 해결됨은 물론이다.


예술가가 엔지니어의 업무를 이해하는 것은 상당한 도움이 된다. 내가 컴퓨터로 만든 음악은 당연히 누군가의 앨범에서 들었던 화려함이 없다. 후반 음향 작업에서 어떤 작업이 진행되는지 이해를 하고 있다면 곡 작업이 더욱 쉬워질 수 있지만, 그 것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자꾸 다른 악기들을 하나 둘 추가함으로써 화려함을 찾아보려 할 것이다. 그 것은 오히려 음악이 지저분해짐을 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술가는 곡 작업까지일 뿐, 음향적인 작업영역까지 직접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음향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 귀를 훈련하는 기간만도 10여년은 수련이 되어야 가능하다. 이는 '도'와 '레'를 구분할 수 있는 절대적 음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전문적인 영역을 예술가가 직접 한다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역까지 도전해내야 하는 이유는 '내가 할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대기업처럼 직원도 많은데다가 하는 일이 서로 분리가 되어 있는 큰 회사 규모의 구조라면, 내가 이리저리 뛰어다닐 필요가 없다. 내 일만 하고 다른 부서에 전달하면 그 뿐. 하지만 소규모, 또는 혼자 작업하기에 둘다 해내야 하는 음악인들이 많다. 그들에게 예술과 기술 두 가지를 다 잘하라고 한다면 다 잘할 수 있을까? 각 분야 어느 하나도 쉬운 것이 아니다.


예술의 관점에서의 음악은 개성과 자유가 허용된다는 것이며, 기술의 관점으로서의 음악은 정해진 기준과 공식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당연히도 예전에는 이 두 분야가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컴퓨터 음악 장비의 발달로 비싼 장비가 필요하지 않게 됨으로써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도록 변했다. 게다가 자신의 음악을 온라인에 올리는 사람이 늘어가면서 직접 음향에 손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결국 요즘 시대에 음악을 시작하겠다고 하는 것은 방대한 양의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작곡,연주,컴퓨터,음향... 골치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