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갑자기 욕실 타일 중 하나가 툭 떨어졌다. 떨어지면서 사람의 발등을 찍지않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또 일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하니 무조건 다행이라는 생각만은 들지 않는다.


어려울 것은 없다. 석재용 에폭시를 사서 두 용제를 잘 섞은 후 바르면 그만이다. 말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그 전에 굳어버린 기존 에폭시를 제거하는 일부터, 한번 섞어서 쓰고나면 버려할 할 작은 용기를 준비하는 일 등 상당히 귀찮다. 사실 석재용 에폭시를 바르지 않고 간단히 실리콘으로 접착할 수도 있으므로 여러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실리콘을 사용해도 된다.





한 시간 정도를 예상 소요시간으로 잡고 움직였다.

첫 번째로 해야할 일은 기존 타일에 다시 접착제를 붙여야 하기 때문에, 타일의 접착면을 어느정도 깔끔하게 손질해 주어야 한다. 따라서 타일 뒷면에 붙은 에폭시의 흔적은 어느정도 걷어냈다.


완전히 잘 떨어졌으면 좋겠지만 이미 굳은 에폭시는 다 굳고나면 대략 시멘트의 강도가 비슷한 탓에 딱딱해서 깔끔히 걷어내기는 힘들다. 그냥 너무 높이가 많이 올라와 있는 곳에만 살살 뾰족한 것으로 쳐내서 제거하는 것이 좋다.



대략 이 정도만 깍아내기로 했다.

그리고 주의할 점은, 타일이 조금 무거우므로 괜히 들다가 바닥에 떨어뜨려 두동강 내지 않게 조심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 작업을 위해 석재용 에폭시를 주변 철물점에서 사왔다. 기존에 쓰던 것이 조금 남아있긴 했으나 오래된 탓에 굳어버려 여간 퍼서 떠내기 힘든 것이 아니다. 

이 것을 1:1 비율로 섞어서 써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담아서 섞을 용기가 필요하고 각 병에서 퍼낼 주걱 용도의 그 무엇이 필요하다. 사실 이 작업이 제일 귀찮다. 이런 작업을 염두해 두고 평소에 이런 작업 도구를 미리 준비하고 있을리가 만무한 터, 필요에 따라 작업 도구를 공수하는 일은 항상 귀찮다.


이번에는 딸기를 사면 얹어주는 플라스틱 바구니를 활용하기로 하고 스크래퍼를 이용해서 퍼내고 또 섞을 것이다. 저 스크래퍼는 나중에 또 써야 하므로 작업이 끝나면 굳기 전에 잘 닦아놓아야 한다.





새로 사서 쓰는 제품이라 유연하니 퍼내고 섞기에 참 좋다.

호기심에 저 두 용제의 냄새를 맡아보지는 말자. 검은 용제의 경우 냄새가 상당히 고약하다.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다. 누군가가 섞어서 발랐는데 접착제로서의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자세히 보니 제대로 섞지않고 발랐던 것이다. 하얀줄, 검은줄이 보이도록 섞어놓으면 서로 화학반응을 제대로 하지못해 굳지 않는다. 굳지 않으니 접착제로서의 기능은 당연히 할 수 없는 것이 맞다. 사진에서처럼 회색빛이 나오도록 잘 섞어 주도록 하자. 절대 흰색줄, 검은줄이 보이면 안된다. 사진에서도 약간 보이기도 하지만 잘 섞여진 부분만 바를 것이다.



잘 섞어 주었다면 타일 뒷면에 덕지덕지 바르는 일이 남았다. 상당히 떡지게 발랐는데 에폭시를 너무 많이 섞다 보니 어디 버릴데가 마땅치 않아 다 발라버려서 그렇다. 예쁘게 군데군데 동그랗게 발라주는 것이 좋다. 


잘 섞어주고 나면 에폭시가 슬슬 열을 내기 시작하면서 굳어갈 것이므로 지체하지 말고 빨리 바르는 작업을 해주는게 좋다.





타일을 다시 원래 면에 붙였다면 아주 중요하게 해야할 것이 있다. 저렇게 그냥 붙여 놓으면 타일 무게로 인해 아래로 처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닥과 타일의 틈이 있다면 틈 높이에 맞는 무엇인가로 괴어야 한다. 에폭시가 다 굳을 때까지만 저렇게 괴어주고 나중에는 빼도 된다.


그럼 에폭시가 굳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할까? 그냥 넉넉히 12시간으로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몇 시간밖에 되지 않았을 경우 다 굳었다고 생각하고 방치하는 순간 그 이후로 아주 천천히 붙여놓은 물건이 중력에 의해 천천히 처지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바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처음에는 잘 모르지만 몇 시간 있다가 봤을 때는 꽤 처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천천히 여유를 갖고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