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면대에 물을 받아놓았다가 다시 내려보내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나의 경우 세면대가 막혀서 그런 것이 아닌 폽업 때문인데, 오래 쓰다 보니 결국은 문제가 생겼다. 7년을 별다른 교체 없이 썼으니 슬슬 문제가 생길 때가 되긴 했다. 요즘 쓰이는 폽업들은 별도의 손잡이로 내렸다 올리는 방식이 아닌, 한 번 엄지손가락으로 배수구 마개를 눌러주면 배수구가 막혀 물이 고여지고, 한 번 더 누르면 배수구 마개가 위로 올라오는 방식인데 꼭 고장이 날 즈음에는 배수구 마개가 막힌 후 다시 올라오지 않는 증상이 흔하다.
어쩌면 간단하게도 세면대에서 폽업만 교체해 주면 될 문제지만, 우리집의 경우 그리 간단하지가 않았다. 이전 세면대 배관 문제로 인해 외부에서 사람을 불러 교체를 했던 것이 문제가 되었는데, 벽 속에 있는 배관은 어찌 잘 고쳐놓았으나 원래 벽에 앙카로 잘 고정되어 있던 세면대를 수리가 끝나고 나서는 그냥 벽에 실리콘으로 붙여놓고 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세면대에 긴 다리가 밑에 있던 제품이라 무게는 어느 정도 분산되어서 실리콘으로도 세면대가 지탱이 되었지만, 힘으로 세면대를 앞으로 잡아당긴다면 세면대가 그대로 앞으로 쓰러질 수도 있었기에 불안했다. 공사한 외부 업자도 앙카를 안 박았다는 것을 숨기고 싶었는지, 제거한 앙카를 나에게 돌려주지 않고, 실리콘으로 고정했다는 말도 안 하고 간 덕분에 다시는 외부 업자를 부르지 않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되었다. 어떤 외부 업자를 불러도 눈에 보이는 부분, 고장 난 부분만 잘 처리하고 가지 그 외의 귀찮은 부분,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부분에서는 X판으로 하고 가는 모습을 워낙 많이 보아왔다. 내 집은 꼭 내가 고치도록 하자.
결국은 일이 두 가지가 되었다.
1. 폽업 교체
2. 세면대 해체 후 앙카로 고정하기 (폽업을 교체하기 위해 세면대 밑 긴다리를 빼면 세면대가 바닥으로 떨어지기 때문)
이 글을 보는 입장에서는 나 같이 이 두 가지를 처리해야 하는 사람은 드물고, 한 과정만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작업을 별개로 나누어 써보도록 하겠다.
* 폽업 교체
위 그림에서 세면대 마개가 폽업이다. 철물점에서 새 제품을 구입할시 확인해야 할 부분이 하나 있는데, 세면대에 물 넘침 방지 구멍(오버플로우)이 있는 세면대 모델(위 사진에서도 오버플로우가 세면대 벽면에 뚫려 있다)이라면 폽업도 아래 그림처럼 폽업 마개 바로 밑 기둥에 네모난 구멍이 있는 것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물이 과도하게 담겨 오버플로우가 자동으로 물 빠짐 역할을 하게 될 때 폽업의 구멍을 통해 하수구로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가정에 있는 세면대라면 이런 형태의 폽업이 필요할 것이다.
내가 교체한 폽업의 사진을 찍어서 여기에 업로드 했다면 좋겠지만 이미 폽업 교체 작업이 끝난 후 미리 사진을 찍어놓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따라서 직접 작업한 사진은 없다.
만약 이 폽업 까지는 괜찮고 그 아래 바닥 배수구까지 가는 구간이 고장 난 것이라면 폽업이 아닌 '트랩'을 사서 교체해야 한다. 결국 이 폽업 밑에 트랩이 연결되고 이 트랩이 바닥 배수구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트랩을 구입했다면 공구도 필요하다. 아래 보여지는 이런 모양의 공구는 내 블로그에서 많이 소개되는데 가정 내에서 수도 관련 작업을 할 경우 필수적으로 필요한 공구다. 만약 이런 것이 없다면 동네 철물점에서 하나 사도록 하자.
기존 트랩을 제거하려면 세면대 밑을 봐야 한다. 나의 경우는 아래 사진과 같은 플라스틱 재질인데 금속재질의 육각 모양의 황동색일 경우가 많다. 이 것을 공구로 돌려서 빼내야 한다. 그런데 내 경우와 같이 세면대 밑에 다리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는 조금 일이 복잡해진다. 이 다리를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리까지 제거해 보자
다리가 밖으로 빼내서 잘 빠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세면대와 벽의 앙카 너트를 조금 풀어주어야 한다. 완전히 풀면 세면대가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으므로 조금만 풀어보자. 그런 후 벽과 세면대가 이격이 조금 생기면 세면대를 조금 들고 다리를 빼면 된다.
위 그림처럼 다리를 빼니 작업이 수월해졌다.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밖으로 돌출된 폽업의 아래부분에서 공구로 큰 볼트를 풀어주면 폽업 전체를 세면대 위를 통해 들어낼 수 있다. 아! 먼저 팝업 밑에 트랩을 제거해주면 작업이 훨씬 쉬워진다. 이 트랩은 별도의 공구가 필요 없다. 위 사진에서도 하단에 폽업과 연결된 트랩이 보이는데 손으로 돌릴 수 있는 부분이 보인다면 손으로 돌려서 빼주자. 어렵지 않다. 다만 분리하고 나서 다시 연결해야 하므로 고무링만 잘 보관해주면 된다.
새 폽업을 설치할 때는 고무링의 위치에 유의해야 한다. 고무링이 두 개가 들어가는데 한 개는 관통한 세면대의 위에 들어가고 한 개는 세면대의 아래에 들어간다. 아래의 그림을 보자.
위 그림대로 고무링과 너트의 위치,순서를 맞추어 주어야 물이 세지가 않는다. 만약 플라스틱 링이 새 제품에 동봉되어 있다면 그 플라스틱 링은 아래 고무와 큰 육각 너트 사이에 넣어주면 된다. 작업을 할 때에는 밑에서 공구를 통해 육각 너트를 세게 돌려주어야 하는데 상당한 힘으로 세게 돌려주어야 물이 세지 않음에 유의하자.
작업은 끝이다. 이제 역순으로 세면대 밑 긴 다리만 다시 제자리에 놓아주면 된다.
* 세면대 해체 및 재설치
서두에 설명했다시피 나는 폽업만 교체하면 되지만 이전 공사업자의 부도덕 때문에 세면대를 새로 벽에 안착시켜야 하는 작업이 또 있다.
세면대를 떼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벽에 설치된 앵글 밸브에서앵글밸브에서 수도관 호스를 분리해야 한다. 아래 그림에서 벽에 붙은 앵글밸브에서 밸브를 돌려 수도를 잠가주고 공구 첼라를 이용해 호스를 풀어주도록 하자. 방향은 음료수 병을 돌려서 딴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 순서를 까먹어서 세면대를 어깨에 둘러맨 체 힘들게 한 손으로 호스를 분리하는 일이 없도록 꼭 먼저 해주자.
그리고는 앙카없이 벽에 용감하게도 실리콘으로 붙인 세면대를 떼어낸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면대 밑 긴 다리를 먼저 제거해야 했는데 나의 경우는 애초에 앙카가 박혀 있지 않았기에 세면대만 살짝 들고 어깨와 가슴으로 무게를 지탱한 다음 긴 다리를 제거했다. 그렇지 않고 멀쩡한 세면대를 제거해야 할 경우에는 세면대와 벽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고 다음 두 개의 앙카 너트를 풀도록 하자. 맞는 스패너가 없으면 몽키스패너를 이용해서 돌릴 수 있다. 아래 사진은 위에 썼던 사진을 또 활용한 것이다.
너트를 어느정도 풀어내면 세면대가 위로 조금 들린다. 그 사이에 긴 다리를 앞으로 빼내면 된다. 혹시 세면대와 긴 다리가 실리콘으로 붙어있을 수 있으므로 세면대가 안 들리면 커터칼로 한번 긁어주자.
긴 다리가 제거되었다면 이제 세면대를 어깨와 가슴으로 받치고 너트를 풀어내면 된다. 혼자 할 수 있다. 겁먹지 말자.
미리 철물점에서 세면대를 고정할 수 있는 앙카를 구매했다. 아래 그림처럼 생긴 앙카를 보고 당황했다. 돌리는 머리가 없었다. '뭘로 돌리지'라고 잠깐 고민했으나 앙카 가운데에 홈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또 첼라를 쓰면 될 것 같았다.
일단 벽에는 구멍이 뚫려 있는 상태였으므로 앙카를 돌려 박았다. 아래 사진처럼 말이다.
그리고는 세면대를 걸었는데 앙카 세트의 여러 부속들을 어떤 순서로 하나씩 끼워주어야 할지 알수 없어서 일단 플라스틱링-고무링-와셔-너트 순으로 체결했다. 내 순서가 맞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앙카너트를 완전히 체결하지는 말고 어느 정도 체결 후, 긴 다리를 먼저 넣은 후 완전히 앙카 너트를 완전히 돌려 고정시켰다.
이로써 작업은 마무리 되었으나 세면대와 긴 다리사이의 이격이 있다. 애초에 집을 지을 때 구멍을 잘못 맞춘 모양이다. 새로 타일에 구멍을 뚫는 일은 너무 큰 작업이니 결국 실리콘으로 공간을 때우기로 했다.
안 예쁘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작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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