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던 마스터 키보드가 또 고장났다. 이번이 두 번째다.


지금 쓰고 있는 것은 다이나톤 DCK-61이다. 당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별 생각없이 가격 하나만 보고 산 물건이었다. 제품의 무게가 상당히 가볍고 위아래 폭이 크지 않아 책상에도 잘 들어간다.



하지만 쓰다보면서 느끼는 건데 키감이 참 안 좋다. 워낙에 터치 감도가 안 좋다보니 흥이 안 난다. 이 제품으로 인해 터치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추천하지 않는 제품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첫 마스터 키보드를 구매하는 것이 아닌 건반에 익숙한 사람들이 쓰기에는 만족감이 덜 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키보드에 문제가 발생했다. 왼쪽에 보이는 컨트롤러 어딘가에서 계속 이상신호를 PC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창에는 시시각각 바뀌는 숫자들이 계속해서 표시가 되고 이 바뀌는 컨트롤러 신호들을 실시간으로 PC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DAW에는 해당 채널의 입력신호가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었다. 아무 키도 누르고 있지 않아도 말이다.


다행히도 내가 쓰는 스튜디오원에는 이런 쓸데없는 입력 신호들을 걸러내는 Filter 기능이 있었다. 그래서 Note값 이외 신호들은 스튜디오원에서 받아들이지 않도록 설정을 했다. 그래서 지금은 쓸만하다. 입력신호 레벨도 건반을 누르지 않는 이상 움직이지 않으니 좋다. 만약 스튜디오원에 이런 기능이 없었더라면 DCK-61을 분해해 컨트롤러 선을 다 자르려고 했었다. 이렇게 해서 DCK-61의 생명이 5년 가량 연장되었다. 아쉽다. 이 참에 바꿨으면 좋겠지만 문제를 해결했으니 양심상 계속 써야 한다.


관련내용 추가

2019/07/27 - [작곡에 대한 이야기] - 마스터 키보드 다이나톤 DCK-61 수리 진행기

그래서 생각해 봤다. 마스터 키보드를 새로 살 때는 어떤 기준을 세우는 것이 좋을까?


과연 마스터 키보드에 저런 컨트롤러들이 필요할까?


기능이 많으면 그 만큼 고장 확률도 느는셈. 결국 유용하게 쓰는 기능이 아니라면 없는 편이 오히려 오래 제품을 쓸 수 있는 것이다. 난 저 컨트롤러들을 써본 적이 없다. 처음 시작할 때는 모듈레이션 휠이나 피치휠을 간혹 쓰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 것을 쓸 일이 있다면 일단 노트 입력 후 후보정 차원에서 오토메이션을 그리는 것을 선호한다. 그럼 그 밖에 노브들은? 일일히 노브들과 기능을 맵핑해 주기도 귀찮고 계속 노브들을 돌려야 할 만큼의 값을 변화시킬 작업 자체가 없다.


결국 저 필요없는 기능들이 고장이 남에 따라서 결국 진짜 필요한 일에 지장을 받게 되는 꼴인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마스터 키보드를 찾아보고 있지만 (물론 살지 안 살지는 미지수다) 마땅한 물건이 없다. Transpose 기능 이외의 별도 컨트롤러들이 하나도 없었으면 좋겠다. 피치휠과 모듈레이션 휠 조차도 말이다. 하지만 드럼을 표현하는데 용이한 터치패드는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물론 이마저도 일일히 키를 맵핑하는데 귀찮다면 결국 쓰지 않게 되겠지만 말이다. 


찾아보았지만 불행히도 내가 원하는 제품은 없다. 요즘 제품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왜 이렇게들 쓸데없는 컨트롤러 노브들이 많은지.


터치감을 고려하자.


터치감이 안 좋은 제품을 써보니 내가 악기를 누른건지 그냥 일반 기계의 스위치를 누르는 건지 영 리듬감이 살지 않는다. 그렇다고 일반 피아노처럼 터치가 무거운 해머터치까지는 필요없다. 오히려 그 무거운 키감은 다른 악기를 표현시 불편하기도 하다. 외관상으로는 해머터치와 같지만 덜 무거운 세미 웨이트 터치가 일반적인 소프트 터치 제품보다 좋은 터치감을 선사할 확률이 높다. 세미 웨이트 제품도 고려하자.


몇 개의 키를 가진 키보드를 살 것인가? 25? 49? 61? 88?


대체적으로 쓰기에는 61건반이 좋다. 하지만 피아노를 주로 쳐야 한다면 88키를 권장한다. 저음과 고음이 한 옥타브씩 빠져있는 61건반 제품으로는 한계가 온다. 하지만 잦은 Transpose 버튼을 눌러서라도 크기가 작은 제품이 좋다면 25, 49건반 제품도 좋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25키는 들고 다니기에만 용이하고, 49키는 옥타브가 모자라(25키 보다는 많지만) 불편하다. 61건반이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하는 마스터 키보드 구입 기준이다. 이 글이 새로 마스터 키보드를 구입하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