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를 통해 여러차례 내가 쓰던 마스터 키보드가 간당간당 하다는 것을 알렸다. 조금 더 품위있게 표현하자면 이미 마스터 키보드로써의 상태가 사망선고에 가까울 정도로 키보드의 상태가 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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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1 - [작곡에 대한 이야기] - 마스터 키보드의 선택 기준에 대하여

2019/07/27 - [작곡에 대한 이야기] - 마스터 키보드 다이나톤 DCK-61 수리 진행기


내가 쓰던 다이나톤 DCK-61의 상태는 어땠을까?

컨트롤러가 이상작동하여 사정없이 무의미한 컨트롤러 신호를 전송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로인해 내가 쓰는 스튜디오원에서는 미디 입력신호가 정신없이 들어오고, 마스터 키보드의 디스플레이 창에서도 쓸데없는 숫자가 0에서 127까지 요동쳤다.


사실 이 DCK-61을 사게 된 것은 갑자기 쓰던 Fatar의 SL-161 키보드가 전원부가 완전히 고장나게 되면서 급하게 인터넷상의 제일 저렴한 제품으로 구한 것이었다 (DCK-61은 당시 구매했을 때 가격은 10만원대 극초반이었다. 지금 검색해 보니 신품 가격이 20만원이 넘어가는 것으로 확인된다). 기존에 썼던 Farat의 SL-161은 키보드 터치감이 좋은 것으로 이름있는 이탈리아 Fatar의 제품인 만큼 터치감이 정말 만족스러웠다. 잘 쓰고 있던 중 얼마 안가 전원이 한 번에 안들어오는 전원부의 문제가 발생되었고, 근 10년이 다 될 동안 잘 안켜지는 키보드를 불편하지만 여러번 켜가며 썼었다. 자가용도 없었던 그 때 당시 들고가서 AS를 받을 엄두를 내지 못했기에 그랬지만, 지금 그렇게 쓰라면 도저히 못할 것 같다.


그렇게 DCK-61을 사서 써보면서 터치감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사실 이전까지는 터치감에 대해서 고민해보지 않았으나, 이 DCK-61을 써보면서 건반의 터치감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았다. 힘없이 툭툭 눌려지는 느낌은 악기로써는 많이 미흡한 느낌이었지만 10만원 쯤으로 가격이 매우 저렴했던 만큼 쓰는데 불만은 없었다. 얼마 안쓰고 다른 것으로 바꿀 생각이었지만 유부남의 특성상 장비를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았고, 결국 10여년을 이 DCK-61과 함께 하게 되었다.


어차피 다른 제품으로 바꿀 의향도 있어서 DCK-61의 수리를 고려해보지 않았다. 돈 안들게 혼자서 이래저래 해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다.


"이제 새로운 마스터 키보드로 바꿀 때가 온 것이다."


한참을 고민했다. 어떤 제품이 좋을까?

나의 선택 기준은 이러했다.


1. 책상 위의 공간이 넓지 않아 세로 길이가 길면 안된다.

2. 잘 쓰지도 않고 고장날 확률만 높은 컨트롤러 노브나 버튼은 최소여야 한다.

3. 공간도 부족하지만 이미 88건반 해머터치 제품을 보유하고 있기에 61건반이어야 한다. 

4. 터치감이 좋았으면 좋겠다.





아이콘 키보드 외에 눈여겨 봤던 제품은 KeyLab Essential 61이었다.



하지만 저 무수한 컨트롤러들과 상당히 긴 세로의 길이. 내가 원치 않았던 사양임을 무시하고 한번쯤 저 드럼패드를 써보고 싶었지만 포기하기로 한다. 다음에 보자 KeyLab Essential 61 !!


그 다음 눈에 들어온 '아이콘 키보드 6 NANO'. 난 사실 이 제조회사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 걱정은 들었으나 앞서 이 제품 전에도 마스터 키보드를 출시했던 경험이 있던 회사고, 그 제품의 질도 나쁘지 않았다는 평이 있었다. 그리고 이 제품에 대해 찾아본 결과, 별다른 자잘한 기능없이 터치감에 집중한 마스터 키보드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15만원 정도의 가격의 세미 웨이트 터치라니..소프트 터치만 마스터 키보드로 써온 나는 세미 웨이트 터치의 욕심이 들었다.


아이콘 키보드는 NANO, X, S 등의 세부 옵션이 존재하지만 NANO면 족했다. NANO에 별다른 컨트롤러가 많이 붙은 X는 애초에 잘 쓰지 않을 자잘한 컨트롤러가 덕지덕지 붙은 느낌이었고, 거기에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붙은 S역시 이미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별도로 사서 쓰고 있기에, 잘 쓰지도 않을 키보드에 딸린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드라이버 충돌만 우려되었다.

  


그렇게 모델 선정이 끝내고는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주문하고 배송받은 아이콘 6 NANO !!

무겁다. 역시 듣던대로 메탈 바디의 세미 웨이트 터치가 맞는가 보다.



견고하게 포장된 제품. 배송중 일어날 배송사고에는 상당히 방어적이다.



'구성품이야 별거 있겠냐'는 생각에 열어본 구성품.

역시 별거 없다.

이 와중에 보이는 큐베이스 LE 시리얼. 대충 봤지만 어떤 버전의 큐베이스 LE를 제공하는지 찾지 못했다. 뭐 사실 큐베이스에서 스튜디오원으로 넘어온지 꽤 된터라 관심없다.






단촐한 컨트롤러부. 마음 같아서는 저 피치휠과 모듈레이션 휠도 없었으면 좋겠지만 저게 없는 마스터 키보드는 찾지 못했다. 사실 미디를 배울 초기에는 이 두 휠도 많이 활용했지만 현악기에 사용하는 경우에만 국한되었다. 현악기 중에서도 기타가 쓰임새가 있지만 요즘은 기타도 직접 쳐서 녹음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터라 잘 쓰지 않는다. 


이 아이콘 6 NANO의 윈도우즈 10에서의 인식에 애를 먹었다. 드라이버도 설치해 봤지만 도저히 윈도우즈에서 인식하지 않았다. 조금 고생해본 끝에 USB 3.1에서는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Gen1, Gen2 다 똑같이 인식이 안되고 USB 3.0 이하에서만 인식이 올바르게 되었다. 요즘 새로 맞춘 메인보드라 USB 3.1 포트가 많이 달려있는데 상당히 불편하긴 했다. 하지만 뭐 아이콘만의 문제일까? 이런 음악장비는 대체적으로 IT발전속도에 비해 지원이 느리다. 뭐 그러려니 하면서 쓰고있다. 내가 쓰는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USB 3.0에서도 불안하다. 


그리고 오랜만에 스튜디오원에 들어가 새로운 키보드를 입력시켰다. 자주 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방법을 잊어서 해매는 통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물론 그 소요되는 시간 중에는 USB 3.1 인식불가가 대다수의 시간을 잡아먹었다.


우여곡절 끝에 컴퓨터에 연결하고 건반을 하나하나 눌러본다. 그냥 불량품 테스트의 일환이랄까.. 하나하나씩 눌러보는 것 말고는 별다르게 불량테스트를 할 요령이 나에게는 없다.



다른 후기에서도 봤지만 검은건반 부분이 무광이다. 사진상에서는 잘 안보일 수 있지만 위에 있는 DCK-61과의 비교샷을 보면 빛에 비춰지는 부분에도 검은건반에는 빛이 반사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수 있을 것이다.


아 세월의 흔적은 간직한 누르스름한 옛날 건반이라니. 이런 탓에 햇빛이 잘 드는 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진에는 못 잡았지만 오른쪽으로 갈 수록 누런색으로의 색깔 변화가 심하다. 아이콘 6 NANO도 몇 년 지나면 저렇게 될지 모른다.



늘 협소했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이 키보드에 조금 불만인 것은 각 건반사이의 간격이 들쑥날쑥한 면이 있었다. 그런데 이 것은 내 기분 탓일 수도 있다. 건반 두께가 얇은 소프트 터치 건반에 비해 이런 세미 웨이트 건반은 두께가 두꺼워 건반 사이의 간격이 더욱 눈에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경 안 쓰려 한다.


쳐보니 역시 묵직한 느낌이 좋다. 집에 있는 피아노 터치의 건반과 비교해 보니 그에 비해 약간 무게감은 덜 하지만 이 정도의 느낌이 치는 맛이 있고 컴퓨터로 작업하기에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터치감 하나만 보고 산 것에 대한 후회는 없는 좋은 제품이다. 다시 한번 느껴보는 것이지만 건반의 터치감이 만족스러워야 작업할 마음이 더 생긴다. 


컨트롤러부는 이것저것 만져보지 않았다. 애초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인데 나중에 시간이 나면 한번 메뉴얼을 정독해야겠다. 사실 컨트롤러에 관심이 있었다면 더 상위버전을 구입했을 것이다.


아이콘 키보드 6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