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음악작업을 하는 내 방은 사실 작업을 하기에 충분치 않은 곳이다. 모든 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개게 하는 세팅인 이른바 '룸 튜닝'이 되어 있지 않은 방인 것이기 때문이다. 공간이 협소해서 할 수도 없고, 혼자 쓰는 방도 아닌터라 손대기가 쉽지 않아 사실 상당부분 헤드폰에 의지하며 간신히 내 작업을 이어가곤 했다.


따로 작업실 삼아 쓸 수 있는 비교적 넓은 남는 방이 있긴 하지만, 그 곳이 거리가 먼 터라 보컬을 위한 방음부스를 하나 사서 넣어놓고는 더 이상의 활용을 못하고 있다. 그 곳만 잘 활용하면 작업환경이 조금 더 쾌적해질 수는 있겠지만 어떻겠는가 나는 그냥 우리집 내방에서 작업하는 것이 좋거늘..


내가 쓰는 스피커는 인프라소닉(InfraSonic)의 Blow-5D이다. 산지 10여년이 되었고, 아직까지  이 모델을 쓰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드는 만큼의 유물이다. 당시는 나름 잘 써보겠다고 사 놓고는 거의 방치 수준과 같은데, 그 이유는 내 방이 스피커를 잘 활용할 만큼의 룸튜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 더더욱 헤드폰에 더 의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책상위에 올려져 있는 이 5인치의 스피커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쓰지도 않는데 책상의 양 끝을 차지하고 있어 모니터를 32인치 정도의 큰 것으로 바꾸려고 해도 스피커가 모니터의 양쪽 끝을 가려버리는 통에 모니터도 바꾸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듀얼 모니터 또한 사용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게다가 이 Blow5D는 가로세로가 아닌 뒤쪽으로의 깊이가 유난히도 긴 모델이라, 스피커 앞으로 키보드(건반)와 키보드(PC키보드)의 쌍 키보드를 놓기에 자리가 매우 협소했다.


그래서 결국 스피커를 작은 것으로 바꿀 생각을 하고 이것저것 모델들을 알아보았다. 그래서 봐둔 모델은 Presonus Eris 3.5, Mackie CR-3, Artesia M200, Behringer MS-16, KURZWEIL KS-40A였다. 대체적으로 10만원대의 가격대를 가지고 있는 저가형의 모니터 스피커들이었다. 물론 이 스피커들은 지금 쓰고 있는 Blow5D보다 작다. 그 것이 선택의 포인트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델들을 비교해 보고 있던 차에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업그레이드는 못할 망정 다운그레이드를 하는 것이 맞을까?'


나름 신품 가격으로 40만원대의 모니터 스피커를 사서 쓰고 있었는데, 굳이 10원대의 저가형 스피커로 갈아타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게다가 내가 쓰는 Blow5D는 출시된지도 상당히 오래된 모델이라 중고가로도 가격이 너무 낮은 상태. 생각을 바꿔먹기로 했다. 그냥 쓰기로 말이다.


큰 모니터로 바꾸겠다는 계획은 엎어야 했다. 대신 사고 싶었던 32인치 대신에 27인치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스피커 앞에 배치해야 했던 쌍 키보드 친구들의 자리는 꼭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것에 대한 대안은 바로 모니터 스피커 스탠드였다. 어차피 스피커의 높이가 내 귀 높이에 맞지 않아 불편했었기에 이 참에 스피커 스탠드를 두고 스피커 아래 공간을 조금이라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모니터 스피커 스탠드는 스피커 만큼이나 책상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것들이 많았다. 스피커의 인치수에 맞게 제품 사이즈를 고르고 그 사이즈는 스피커와 대략 딱 맞게 제작되었다. 그런 형태가 아닌 것을 찾다가 눈에 들어온 것은 Alctron MS180이었다. 제조사는 생소하고 제품에 대한 후기들도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이미 내 마음에 꽂혔다. 판매가는 대략 10만원. 예상보다 싸지는 않았지만 급하게 주문하고 배송을 받았다.





박스가 무겁다. 아마도 철제재질로 된 물건이라 무게가 상당한 듯 했다. 박스를 열어보니 박스에는 스피커 스탠드 두 개가 따로 포장되어 있었다.





각각의 박스에는 위와 같은 4가지 간단한 구성품으로 되어 있었다. 왠만큼 조립에 서툰사람도 이 네가지 구성은 바로 조립할 수 있을 만큼 구성도 간단하고 조립도 쉬었다.



물건을 주문하면서 든 걱정 중에 하나는 '스탠드 위에 스피커가 과연 제대로 고정되어 서 있을까?'의 문제였다. 목을 꺽어 스피커의 방향을 위나 아래로 조절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기울여 놓을 시에 스피커가 아래로 미끄러져 떨어지지 않아야 했다. 그렇기에 스피커 바로 밑의 하판과 고무판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해 보였는데 실제로 만져보니 생각보다 스피커가 견고하게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무판은 미끄럼 방지처리가 된 약간 끈적한 표면처리가 되어 있어서 철제 상판과 붙게 된다. 그것도 그냥 붙는 것이 아닌 사용자가 고무판을 붙이고 고무판 귀퉁이의 커버를 잘 덮어 철제 상판을 감싸주어야 한다. 이 작업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든든함. 고무판이 철제 상판을 이탈하지는 않을 것 같다. 고무판이 철제 상판과는 이렇게 잘 붙는다 치고, 스피커를 올려놓았을 시에 스피커가 고무판에서 미끄러지면 어쩌지? 스피커를 얹어서 보니 고무판이 생각보다 마찰력이 커서 무게가 있는 스피커임에도 잘 잡아 주었다. 다행이다.



직접 목을 꺽을 수 있는 각도가 표시되어 있다. 아마도 눈금이 표시되어 있는 만큼 꺾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이며, 저렇게 눈금으로 표시되어 있어 눈금별로 딱딱 소리를 내면서 꺾일 줄 알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그냥 부드럽게 꺽인다. 저 눈금은 그냥 양쪽 모니터의 꺽인 각도를 비교할 수 있게 수치화를 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드디어 양쪽 스탠드의 조립이 끝났다. 조립해 놓고 보니 상당히 무게감이 있다. 모든 부품이 철제로 되어 있으니 가벼우면 그게 더 이상할 법했다. 안그래도 스피커가 무게가 상당한데 스탠드까지도 무게가 있으니 감당해 내야 할 책상이 걱정스럽다. 높이 조절은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기본상태 그대로 책상에 올려놓으니 높이가 잘 맞는다. 따라서 높이 조절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약간 내 귀 위로 올라간 듯해서 약간 목을 숙여 앞으로 기울여 놓았다.



말했던대로 스피커가 깊이가 긴 탓에 스탠드 상판이 스피커를 모두 감싸주지는 못한다. 이렇게 앞뒤로 공간을 둘 수 밖에 없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불안감은 들지 않았다. 누가 일부러 툭 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모니터 스피커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잠깐 방심한 사이 아이는 저 사진처럼 우퍼와 트위터를 손가락으로 누를 것이니까 말이다. 저 스피커를 볼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어쨌든 스피커를 스탠드에 올려놓고 보니 예쁘다. 그냥 보기에도 뭔가 음악 작업을 하는 사람같다. 비주얼상으로는 완전 만족이다.





요즘 내가 푹 빠져있는 블랙핑크. 스피커 테스트를 위해 그녀들이 소환되었다. 따라서 나는 평소에 그녀들의 음악을 많이 들었음을 알 수 있다.  


생각보다 쌍 키보드들을 둘 공간들이 많이 확보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스피커가 완전 책상 위에 놓여져 있을 때보다는 어느정도 공간이 확보된 셈이라 이 정도만 해도 만족스럽다. 어쨌든 '일석이조'의 효과였다.


1. 스피커를 귀 높이와 맞추어 줌으로써 듣는 음질의 향상.

2. 큰 스피커를 위로 올려 줌으로써 확보되는 책상의 공간.


위에 나열한 것처럼 음질 향상에 상당한 성과가 있긴했다. 이 MS180을 사용하여 스피커 높이를 내 귀의 높이로 올려주고, 내 방 성향에 맞게 스피커 세팅에서 저음을 2데시벨 제거한 효과였을 것이다. 모든 주파수 대역에서 전체적으로 해상도가 올라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스피커가 귀 높이에 맞지 않아 약간은 답답하게 들었던 소리들이 모두 내 귀로 집중되어서 들리는 만큼 소리가 명료해졌다. 지금만의 얘기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것이 상당히 즐거워졌다. 해상도가 올라간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것이, 새로운 스피커를 장만해서 듣는 느낌이었다.


사실 어디서든 스피커를 내 귀 양옆에 두고 직접 음악을 들을 일은 없다. 카페든 술집이든 어딜가도 음악이 나오지만 그 스피커들은 내 귀 가까이서 높이를 맞춰서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스피커는 늘 내 귀보다 높게 있거나 낮게 있었다. 물론 일부러 스피커 앞에서 귀를 대로 음악을 들어본 적은 있을 수 있겠지만 아마도 스피커 양쪽을 다 귀 앞에 두고 들어본 적은 없을 것이다. 이 참에 한번 들어보기를 권한다. 신세계가 따로 없다.


이로써 내 스피커 Blow5D의 수명이 더 연장되었다. 바꾸지 않을 핑계가 생김에 고맙기도, 슬프기도하다.


꼭 나처럼은 아니더라도 작업 환경이 이처럼 열약한 사람들이 있다면, 또는 모니터 스피커가 도 하나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 Alctron MS180이 탁월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작업용 책상에 여유 공간이 많다면 굳이 이 모델이 아닌 다른 제품들을 선택해도 좋을 것이다. 나는 아주 만족 중이다. 이제는 헤드폰을 조금 놔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가족들이 있을 때는 안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