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쓰던 컴퓨터를 물려주고나서 보니 스피커가 없었다. 어차피 아이에게 모니터를 바꿔주고 싶던 터, 아예 스피커가 붙은 모니터를 사줄까 생각했지만 컴퓨터를 얼마나 쓸 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덜컥 모니터를 새 것으로 사주기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결국 작은 스피커를 하나 사주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다이소가 떠올랐다.


다이소에서 파는 컴퓨터 용품들은 인터넷에서 파는 것들과 비교해서 많이 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결국 인터넷에서 사서 붙는 배송료를 생각하면 다이소 물건들과 가격이 대동소이했다. 그 것은 이미 인지하고 있던 터라 그냥 다이소에 가서 덜컥 사와버렸다.



다이소에서는 PC스피커의 종류가 한 가지밖에 없어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이 제품에서 색깔을 검은색으로 할 것인지 흰색으로 할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었는데 컴퓨터가 검은색이다 보니 포인트로 스피커는 흰색을 골랐다. 나중에 보니 검은색이 좋을 뻔했다. 흰색 별로다.





이 스피커는 5W로써 USB에서 전원을 차용한다. UBS전원을 사용하는 경우 음량이 크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지만 뭐 가정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을 것이 아닌 이상 충분하다. 그리고 아이가 이 것으로 음악감상 할 일은 적기 때문에 스피커의 선택에서도 음질에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내가 쓸 것이 아니라 별 신경을 안 썼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박스를 열어서 물건을 꺼내보니 이렇다. 저가형 스피커의 고질적인 문제답게 연결선이 짧다. 사용설명서를 보려고 하니 없다. 제품박스안에 설명서 같은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냥 그러려니 하자.


박스를 열기 전부터 볼륨 조절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박스겉에 있는 스피커의 실물사진을 봐도 볼륨 조절하는 컨트롤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스를 열고 보니 이제서야 궁금증이 풀렸다. 사진상의 왼쪽에 보이는 선 중간에 있는 저것이다. 손가락으로 돌려서 볼륨을 조정하는 것이다.


순간 이런 것을 왜 샀나 후회가 든다.



흰색 제품의 사진이다. 흰색과 짙은 초록색의 조화가 그다지 예쁘지 않다. 그냥 검은색으로 살껄.



미끄럼 방지패드가 있어서 바닥에서 덜 미끄러진다. 이건 참 좋다.



선은 짧고 볼륨 컨트롤러가 저 위치에 있는 것이 상당히 불만스러웠는데 실제로 PC에 설치하고 보니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우리 아이가 쓰는 PC는 바닥에 PC 본체가 있고 모니터는 책상 위에 있다. 그렇다보니 스피커를 바닥에 있는 PC 본체에 연결해야 하는데 볼륨 컨트롤러가 어정쩡하게 저 위치에 있다. 사진상으로 볼때 오른쪽의 검은 물체가 PC 본체다.


결국 사용하면서 볼륨을 조정해야 하는 경우 책상밑으로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서 볼륨을 조정하고 다시 올라와서 의자에 앉아야 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이걸 왜 샀나 후회가 든다. 박스 겉면에 이런 시스템이라고 친절하게 설명만 해줬어도 안 샀을 것을.. 


만약 책상 위에 PC 본체를 두고 사용한다면 크게 문제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상 밑에 PC 본체를 두고 쓰는 사람도 굉장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사용자들의 경우 편의성에서 상당한 감점이 될 수밖에 없다.





볼륨조절은 결국 윈도우즈 내에서 마우스를 해결하기로 하고(상당히 불편하긴 하지만), 저렇게 모니터 옆에 붙이고 소리 테스트를 해본다. 


저가 스피커에서 흔히 발견되는 자성에 의한 잡음이 들리지 않았다. 모니터 옆에 바싹 붙였음에도 말이다.


모니터에서는 자성이 많이 발산된다. 그렇기에 저가 스피커의 경우 모니터 주변에 두면 지속적인 잡음이 발생되는 경우가 많은데 저가 스피커의 특성상 선도 짧다보니 스피커를 모니터 주변에서 멀리 배치해 두기가 어려운 관계로 지속적인 잡음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변 자성의 간섭에도 영향받지 않는 방자형 설계가 되어 있는 스피커가 생산된다. 물론 가격이 조금 나간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보니 누군가가 쓴 답변에 방자형 설계의 스피커는 예전 CRT 모니터를 쓰는 경우 모니터가 스피커 옆에 있으면 스피커 자성에 의해 모니터 화질의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요즘은 LCD모니터를 쓰기에 방자형 설계가 되었는 스피커를 살 이유가 없다고 한다.


이건 상당히 잘못된 정보다. 영상 부분에만 특화되어 있는 사람이 쓴 글로 보이는데, 저 말이 사실이라면 요즘 비싼 방자형 스피커가 생산될 이유도 없고 판매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지금도 꾸준히 생산되고 잘 팔리고 있다. 요즘도 방자형 스피커가 필요한 이유는 모니터의 자성에 의한 스피커의 잡음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물론 완벽한 전문가가 지식인에 답변을 달아주는 것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그것을 잘 알기에 뭐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 글을 보는 사람이라도 그런 잘못된 정보는 걸러 들었으면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이 다이소 5W 스피커는 자성에 의한 잡음에 상당히 강하다. USB전원 스피커의 특징인지 스피커가 방자형 설계가 일부 되어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크기가 작은 스피커라 소리가 답답하게 들리는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저음만 빵빵하게 나와줘도 음질이 좋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당연히도 이런 작은 스피커의 특성상 빵빵한 저음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도 음질은 준수한 편에 속했다. 이 정도 가격과 이 정도 사이즈의 스피커에서 이 정도 소리면 된다.


정리

음질은 준수함. 모니터 옆에서도 잡음이 없음

짧은 선, 볼륨 컨트롤러가 이상한 위치에 있어서 사용이 불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