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던 프린터(복합기)는 위 사진과 같은 HP Officejet 6600 이었다. 이 제품을 사기 이전에는 10만원 미만의 복합기만 두어대 연달아서 사용했었다. 그러다가 프린터를 가끔씩 사용할 때마다 드라이버 인식 문제라던가 출력되는 문서의 품질의 문제로 상당히 애를 먹었다. 난 그것이 저렴한 복합기를 쓴 탓이라고 생각했고 당시 20만원을 훌쩍 넘기던 이 오피스젯 6600을 산 것이었다.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가정에서 쓸 필요까지는 없어보이는 나름 고급 제품을 사서 써봤으나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드라이버는 불안하고 매일 일정량을 프린트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출력 결과의 색감이 들쑥날쑥 했다. 


난 무한잉크 사용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정품인크 사용자도 아닌데, 난 사제 잉크통을 사다놓고 스스로 리필을 해서 쓴다. 다른 제품을 쓸 때 무한잉크도 써 봤으나 어쩌다가 한 번 쓰는 프린터이기 때문에 호스에 에어가 차는 등의 이유로 제대로 쓰질 못해서, 결국 무한잉크는 나에게 안 맞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쓰기 시작한 방법이 잉크를 직접 리필해서 쓰는 방법이고 아직까지도 이 방법이 나에게 있어 가장 저렴하고 편리한 방식이다.


하지만 이 오피스젯 6600은 카트리지에서 잉크가 다 소진되면 그 카트리지는 쓸수 없다. 카트리지의 모델 넘버를 오피스젯 6600에서 인식하고 관리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카트리지를 하나 더 사서 잉크가 다 소진되면 충전해 놓은 카트리지로 바꿔서 교차로 사용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다 쓰지도 않아 남은 카트리지인데도 잉크가 소진되어 카트리지를 교체해야 한다고 에러메세지가 나왔다.


일단 다른 카트리지로 바꿔봤지만 문제는 같았고, 결국 정품 카트리지를 구입해 써보기로 했다. 카트리지의 문제인지 오피스젯 본체의 문제인지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구입한 933 XL 마젠타. 정품 인크를 사본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이 것을 설치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똑같은 에러 메세지. 


결국 오피스젯에서 잉크 정보를 리셋하기로 하고 그에 따른 설정을 진행했다. 그리고 재부팅 후 한참을 오피스젯이 잉크에 대한 장치 검사를 하더니 아래와 같은 메세지를 내뱉었다.



"카트리지를 제거하고 누출을 확인하십시오, 새는 카트리지를 사용하지 마십시오, 문제가 없다면 다시 설치합니다. 프린터를 껐다가 다시 켜십시오."


잉크가 샌다? 이게 뭘까? 카트리지에서 잉크가 누출되는 징후도 확인하지 못했을 뿐더러 카트리지를 빼고 그 자리를 유심히 봤지만 역시나 잉크가 누출되는 것은 느끼지 못했다.



위의 사진상으로 보면 조금 애매하게 보이긴 하는데 빈 카트리지의 아래쪽에 보이는 것은 잉크가 샌 것이 아니라 원래 색깔이 저렇다. 저 것은 투명한 통으로 되어 있는데 챔버라고 한다. 그 안에 있는 잉크로 인해 색깔이 투영되어 보이는 것인데 다른 카트리지를 빼서 봐도 특별히 저 마젠타 챔버에만 이상이 있다는 것은 확인하기 힘들었다.


정품 카트리지를 새로 사서 꽂았음에도 이런 에러가 발생했다면 문제는 카트리지가 아닌 본체(아마도 헤드)에 있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본체의 고장에 대한 AS는 바랄 수 없다. 정품 잉크 사용중에 발생한 고장이 아니기에 서비스 센터에 가도 고치기는 힘들 것이다. AS센터에 전화를 해보니 정품잉크 사용이 아니라 수리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을 하고 문제 확인만 하는데도 점검비가 든다고 한다. 결국 힘들게 제품을 들고 멀리까지 가서 수리를 맡긴다고 해도 수리도 못한채 점검비만 날리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깔끔히 정식 AS는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알아본 사설 AS기사님들. 한 분의 말을 들어보자면 오피스젯 6600이 단종된 제품이라 부품 수급이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사설 AS도 포기. 결국 새로 하나 살 것이다.


그리고 이제 HP의 프린터(복합기)는 사지 않을 것이다. 




내가 처음 내 돈 주고 복합기를 사서 상당기간 애용한 복합기는 HP 데스크젯 F380이었다. 이 제품은 8만원 대의 가격으로써 당시 복합기 시장에서 센세이션한 가격으로 돌풍을 일으킨 제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제품들은 가격이 못해도 20~30만원 할 때였는데 HP에서 F370, F380이 나오면서 복합기의 가격대가 확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 가격에 프린터와 스캐너까지도 같이 쓸 수 있는 제품은 없었다. 이는 내 기억에 의존한 것이기에 틀렸을 소지도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을 쓰면서 느꼈던 것은 항상 출력 결과가 용지의 오른쪽에 치우져서 출력이 된다는 것이었다. A4용지의 가운데에 출력이 되는 것이 아닌 오른쪽으로 약간 이동해서 출력이 된다. 참다못해 본사 AS센터에 전화로 문의한 결과 들은 답변은 저가 제품이라 그렇고 고칠 수 없는 것이란다. 그 때는 저렴한 가격에 복합기를 사서 썼다는 만족감에 수긍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뭔가 이상한 말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를 이미 알고있었다면 고쳐야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일텐데 저가 제품이니 그냥 판다? 


그리고 최근에 지금 쓰는 오피스젯 6600 때문에 다시 AS센터에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제품 고장에 대한 점검만 하는데도 점검비가 붙는다고? 출장요청을 해서 출장비가 나가는 것이라면 이해하겠지만 내가 센터에 가지고 가서 점검받아보는데도 점검비라니.


또 드라이버는 왜 이렇게나 불안한지. 제대로 기분 좋게 바로 프린터해본 적이 손에 꼽는다. 항상 프린트 할 때마다 드라이버와의 싸움이다. 왜 대체 계속 '오프라인' 상태인 것인가? 화가나서 프린터를 버리려고 했던 것을 참은 것이 몇 번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얻은 결론


1. 프린터는 저렴한 제품을 사서 고장나면 버리는 것이 현명하다.

2. HP는 안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