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들의 음악방송 출연 모습을 보다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상의를 짧게 입더라도 하의는 꼭 배꼽 위까지 올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배꼽이 드러나는 경우는 없다. 


국내의 아이돌(걸그룹)들은 왜 배꼽을 드러내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도 이 점을 궁금해 하지는 않을까? 네이버 지식인에 관련 질문이 올라와 있었고 그에 대한 대답을 한 이들의 답변이 보였다.





다리가 길어보이게 하기 위한 패션의 일환으로 그렇다는 대답, 배를 가리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있다. 하지만 이건 너무 패션의 관점으로만 들여다본 답변이다. 일부 걸그룹은 이러한 이유로 하의를 배꼽 위까지 끌어올려 입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이런 답변들은 오답이다.


국내의 걸그룹들은 선택권이 없다. 무조건 배꼽은 가려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슴골이 부각되어서도 안된다. 왜 그럴까? 바로 지상파 방송사들의 규제 때문이다.


2010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선정성 주의 권고'

그리고 국정감사에서의 질타


지금도 간혹 선정적인 안무 동작등으로 인해 뉴스에서 논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2010년 당시에도 걸그룹의 과도한 노출과 선정적인 안무가 여러차례 논란이 돼 왔기 때문에 늘 우려가 있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국내 걸그룹의 특성상 미성년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미성년자의 선정적인 노출과 안무가 곱게 보이지 않았다.


2010년 6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지상파 방송 3사 가요프로그램에 대한 '선정성 주의 권고'가 나왔고, 같은 해 10월 18일에 있었던 KBS 국정감사에서도 걸그룹의 선정성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후 각 방송사에서는 자체적으로 출연자들에 대한 규제를 시작했던 것이다.


지상파 방송 중 하나인 SBS '인기가요' 측이 제재한 패션 규제는 크게 세가지다. 


 가슴골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의상

▶ 배꼽이 드러나는 짧은 상의

▶ 미니스커트 안에 입는 흰색 속바지




당시 다른 방송사들의 기준도 이와 대체적으로 비슷하게 적용되었고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제재 조치에 대해서도 물론 말들도 많았다. 대체적으로 미성년자의 과도한 노출을 제한한다는 점에서는 찬성이었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 규제의 기준의 모호함에 대한 불만이었다. 게다가 지상파 방송에서의 규제였기에 그 외 케이블 방송에서는 여전히 별다른 규제가 없는 문제도 있었다.


세부적으로 보자면 대부분의 의상 규제가 상의에 집중되다보니 하의에는 무신경했다. 그렇다보니 엉덩이 라인까지 드러나는 핫팬츠 등에 대해서는 큰 제한이 없는 것. 배꼽을 가린다고 해서 야하지 않고 짧은 하의로 인해 속옷까지 드러날 정도의 하의는 괜찮다는 것인가?


그리고 케이블 방송은 그대로인데 공중파만 바뀐다고 해서 궁극적인 변화가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실례로 당시 일부 걸그룹들은 케이블 방송용과 지상파 방송용 의상과 퍼포먼스를 별도로 구분해서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케이블 방송에 출연하는 걸그룹들도 대체적으로 지상파 기준에 맞춰서 활동하는 만큼 이 의견은 기우였음을 보여주긴 했지만 말이다.


결국 지금 걸그룹의 획일화된 패션은 2010년 각 방송사의 규제로 인한 것이다. 2000년과 2010 사이의 걸그룹들의 무대를 본다면 노출에 있어서는 지금보다 훨씬 자유로운 의상을 볼수 있을 것이다.


<방송사의 규제로 이런 무대의상은 이제 볼수 없는 것이다>


<실수로라도 노출되지 않으려면 테이핑까지 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는 규제가 없었을까? 있었다.


1990년대 서태지의 등장을 시작으로 방송가의 의상규제가 시작됐다고 볼수 있다. 서태지 이전에는 방송사에서 특별히 규제할 만한 일이 발생되지 않았다. 방송활동을 하는 가수 중에서 과도한 노출 의상을 했던 가수도 없었고, 머리색깔을 요란하게 바꾼 가수도 없던 만큼 대체적으로 차분하니 요즘 가요 방송의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다. 그러던 중 서태지의 요란한 헤어 색깔이나 레게머리로 인해 방송사가 놀란 것이다 (물론 방송사 뿐만 아니라 보는 대중들도 놀랐다). 보수적이었던 KBS는 이내 서태지에게 헤어스타일에 대한 단정함을 요구했고, 이후 서태지는 KBS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아 KBS에 출연정지가 되는 사태에까지 이른다.


이후 'HOT'와 '핑클' 등 1세대 아이돌이 인기를 끈 1990년대 후반에는 그 규제가 최고조에 이르기도 했다. KBS는 1997년 7월12일 「출연자 복장규제」조항까지 발표하며 엄격한 규제를 시행했다. 내용을 보면 지금처럼 노출이나 과도한 선정적인 안무에 대한 규제뿐만 아니라 출연자들의 염색, 레게머리, 남자들의 귀걸이, 남자들의 과도한 화장도 문제 삼았던 것. 지금보면 상당히 과도한 규제였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아이돌이 처음 등장해서 그들의 개성을 찾아갈 때였고 사회문화의 빠른 흐름때문에 사람들의 인식이 아직 보수적인 탓이었을 것이다. 결국 서태지에 이은 HOT도 KBS로부터 1년 출연정지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이런 규제들이 흐지부지해지게 되었다. 그러자 섹시 컨셉을 강조한 걸그룹들이 범람하게 되었고, 그들의 과도한 노출과 섹시안무에 초점이 맞춰져 결국 2010년 다시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사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번에도 이런 규제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9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보다 아주 잘 지켜지고 있음에 경악스럽다.


국내 걸그룹이라면 너도나도 할것 없이 배바지를 입고 나오는 획일적인 패션. 

대체 언제쯤 없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