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알아버린 '마마무'에 입덕하다

'실력파 가수'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력파 가수라고 홍보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는 편이다. 사실 '가수'라고 함은 노래를 잘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런데도 실력을 자꾸 최우선적으로 내세운다는 것은 무언가 다른 것에서 부족하다는 것을 말하는 느낌이 강하다. 무엇이 부족한걸까?

 

가수이기에 노래를 잘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가수들은 연예인 범주에 포함되어 있기에 결국 외모도 어느정도 뒷받침 해주어야 한다. 실력과 외모 이 두가지가 좋은 가수의 조건이라는 맥락에서 보자면, 실력파 가수라는 말은 '외모는 좀 부족해요'라고 자진신고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솔로가 아닌 그룹으로 활동하는 실력파들의 경우, 오래 활동하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았던 것도 내가 별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마마무가 그러했다. 마마무가 데뷔 초기 자신들을 알리는 단어로써 '실력파'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쩌다 보게된 '썸남썸녀'와 'Mr.애매모호'의 뮤직 비디오.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게 가리는 듯 얼굴을 시원하게 보여주지 않는 것에서도 모자라 전체적으로 흑백처리까지 하는 모습에서, 나의 '실력파'라는 단어의 정의에 쐐기를 박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의 데뷔 초 모습을 보기 위해 몇 번씩이나 돌려본 즐겨찾는 뮤직 비디오지만 말이다.

 

나 또한 가수들을 프로듀싱 해 보는 것이 소망인데, '실력파'라는 말은 쓰지 말아야 겠다고 또 다짐해 본다.

 

그런 마마무에게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된 것은 유튜브 상에서 어쩌다 지나친 멤버들의 비글미 넘치는 영상 때문이었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솔라의 영상을 본 것이고, 그 동영상이 멤버 전체의 비글미 넘치는 동영상을 찾게 만들었으며, 또 그 것들이 마마무의 여러 인기곡들을 하나하나 들어보게 만들었다. 

 

 

마마무의 데뷔초 타이틀곡들 'Mr.애매모호', '피아노맨'은 당시에도 이미 들어본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런 재즈스타일의 곡은 대중의 선택과는 거리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내 개인적으로도 선호하는 음악취향은 아니었던 탓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위에서 표현한대로의 '실력파 이미지' 그리고 나의 '비선호 음악장르'가 마마무의 데뷔 초기 노래들을 듣지 않은 정확한 이유가 되겠다. 하지만 내 취향과는 반대로 비주류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많이 나와주기를 바랬고, 지금도 kpop 장르의 다양화에 일조를 할 수 있는 음악은 계속 나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마마무의 데뷔 초기 노래들부터 'AHH OOP!'까지 이어지는 재즈스타일의 음원들은 지금의 마마무 음악을 고급스럽다고 느끼게 해주는 원동력 역할을 한 것이라고 본다. 그들의 데뷔 초기부터 했던 음악이 애초에 고급스러운 재즈스타일로 시작했기에 청자들에게 '마마무의 음악은 고급스럽다'라는 이미지 각인 효과도 주었을 것이고, 실제로 발표되어져 나오는 음원들을 들었을 때에도 역시 그 기대가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마마무의 첫 데뷔곡이 '음오아예'(마마무 데뷔 1년 만에 첫 1위곡)였다면 '그 때도 1위를 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음오아예 이전에 공고히 다져온 마마무의 내공, 즉 음악성과 어찌보면 타 걸그룹들과의 차별성이 적은 '음오아예'가 마마무를 만나 음오아예 자체를 마마무의 이미지로 브랜딩한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멜로디도 좋은 자칫 쉬워보이는 노래가 마마무를 만나 고급스럽게 포장되어진 느낌이다. 하지만 그 포장을 풀어도 과대포장에 실망은 커녕 실력으로 꽉차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 뻔하다.

 

이후 타이틀곡으로 내놓은 음원은 대중성에 조금 힘을 실었다. Hip 까지 이어지는 중에 마마무는 조금 더 화려해졌고, 그들의 음악은 조금 더 쉬워졌지만 음악성을 잃지는 않았다. 가끔씩은 실소를 자아내게 만드는 '아재개그', '잠이라도 자지', '쟤가걔야''쟤가걔야'등의 코믹송을 발표하면서 잔뜩 들어간 힘을 빼면서 대중들의 긴장감의 완급을 조절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웃기기 위한 노래임을 강조하는 다른 그룹들과는 달랐다.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그들의 실력을 재평가할 만큼의 엉망스러운 모습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음악들에서조차 그들의 보컬 실력은 빛났으며 (댄스는 노래 분위기에 맞춰 코믹요소가 강하지만) 그들의 충분히 즐길 줄 하는 아티스트라는 것을 보여줬다.

 

객관적으로 마마무가 시각을 자극하는 미녀 그룹이라고는 말 못하겠다. 하지만 그들의 각기 다른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면 아마도 당신에게 있어서만큼은 최고의 미녀 걸그룹이 될 것이다. 내가 그렇게 느끼듯이 말이다. RBW기획사에서도 데뷔 초기 마마무의 뮤비에서 왜 그들은 흑백처리 해가면서 얼굴 클로즈업을 왜 그렇게 기피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마마무는 충분히 예쁘고, 실력파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모두가 공감할 그런 그룹일 것이다. 

 

가끔식 뉴스 연예면을 통해 마마무의 공항 메이크업과 패션 사진이 업로드 되기도 한다. 가끔은 '저렇게 털털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예인 답지 않은 꾸미지 않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마마무의 핵심 비주얼 멤버로 여겨지는 솔라의 모습이 말이다.

 

위 사진을 보고 누군가는 솔라의 성형 논란을 수면 위로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솔라 본인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솔라시도'에서 별 대수롭지 않은 모습을 보여 매력을 더했는데 아래 동영상에 그 답이 보여진다.

 

https://youtu.be/z4WkEKC08bI?t=373

얼떨결에 성형 논란을 불식시켰다는 악플에 대해 '이 것이 원래 나의 얼굴이다.'라는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 반응이 인상적이다. 물론 처음에도 '자신도 놀랐다'라는 의견으로 시작했지만.. 사실 솔라시도 채널을 몇 개 보다보면 알 수 있는데 솔라는 메이크업을 잘 하지 않은 상태로 카메라 앞에 잘 나서는 편이다. 많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데뷔 전 사진과 지금의 얼굴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아마도 방송용 메이크업만 봐온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찍힌 일상 사진과의 비교를 한 탓에 그런 논란이 나오지 않았을까? 어쨌든 솔라의 대처가 인상적이었다. 아마 이런 작은 해프닝이 다른 멤버에게 일어났어도 그들은 비슷한 대처를 했을 것이다. 당당하고 숨기지 않는 모습이 마마무의 매력인 것이다.

 

각 멤버들의 개성도 확실하다. 그들의 보이스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은데, 4명의 멤버가 누구 하나 모자람없이 각자의 개성을 잘 살리고 있다. 휘인과 화사는 김도훈 대표가 먼저 그들은 멤버로 낙점했을 만큼 개성있고 뛰어난 보컬 실력을 자랑하며 문별도 여성답지 않은 보이시한 저음의 랩으로 독특함을 더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솔라의 보컬이 약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솔라 역시 수준급의 보컬 실력이다. 휘인과 화사가 워낙에 매력적인 음색을 가진 탓이다. 물론 당장 나로써도 그런 매력적인 음색이 탐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솔라의 보이스는 빈 도화지 같은 매력이 있다. 장르에 구분없이 그 어떤 곳에서도 잘 어울리게 할 수 있는 적응력과 확장성 말이다. 거기에 화끈한 고음은 덤이다.

 

마마무의 노래와는 별개로 그들의 정신사나운 비글미도 매력을 더한다. 나의 경우 마마무의 노래보다 이런 장난끼에 먼저 매력을 느낀 케이스다. 많은 유튜브 동영상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피키캐스트에서의 모습이 상당히 재미있는데 특히 휘인의 활약이 압도적이다.

 

 

마마무는 'Hip'까지 활동해 온 사이 어느덧 국내 정상의 kpop 아티스트가 되었다. 예쁘기만 하고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낸 듯한 멤버들의 창법을 가진 타그룹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그룹임에는 틀림없다. 앞으로도 마마무의 활동에는 응원을 할 것이며, 늘 변치않는 모습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 마마무에 입덕한 사람이라면 방송용으로 흘러 나오는 타이틀곡 음원 뿐만 아니라 정규 앨범에 포함된 숨은 곡들도 충분히 들을 만함 가치가 있는 완성도를 자랑하는 만큼 전 곡을 한 번씩 들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여담이지만 요즘은 참 덕질하기 좋은 세상이다. 한참 전 나도 누군가의 팬이었던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와 정식 수교가 없던 국가의 스타였던 탓에 (게다가 인터넷도 발달하지 않던 시기였다) 그들의 사진 한 장 얻기가 정말 힘들었다. 뮤비는 위성수신기가 달린 TV에 나오는 방송분을 비디오 테이프에 녹화해야 했다. 요즘은 구글과 유튜브만 있으면 그렇게 고생할 필요가 없다니 새삼 놀랍다. 외국에서도 국내 kpop스타들의 덕질을 하기에도 용이한 환경이 kpop이 놀랄만한 외국진출의 효과를 일으켰을 것이다.

 

내친김에 김도훈 대표가 발매한 책 '김도훈 작곡법' 도 하나 구매해야겠다.

 

2020.2.8 추가 - 진짜 샀다

2020/02/07 - [작곡에 대한 이야기] - 요즘 읽는 책 '김도훈 작곡법', 그의 작업 방식을 엿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