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3일자 미국 CNN 인터내셔널 기사에서는 방탄소년단을 비틀즈와 비교하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영국 BBC는 그보다 며칠 앞서 역시 방탄소년단을 '21세기 비틀즈'라며 추켜세웠습니다. 우리 나라의 그룹을 비틀즈와 비교하다니 실로 대단한 비유는 한 것임에는 분명한데, CNN과 BBC는 어떤 이유로 방탄소년단과 비틀즈를 비교하는 것을 서슴치 않았을까요?


외국인이 미국 대중 음악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공통점에서였습니다. 비틀즈는 영국, 방탄소년단은 한국, 각각의 나라에서 활동하던 밴드가 다른 대륙에서 인기를 얻고 미국에까지 진출하게 된 사례를 높이 평가했던 것이죠. 미국인들을 이 것을 '미국 침공'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우연찮게 두 보이밴드의 비주얼이 미묘하게 닮았다는 점이 그런 인상을 부추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겠죠. 각각의 밴드 멤버들이 다들 마른 체형인데다가 딱 붙는 바지를 입는 등의 패션센스를 곧잘 비교합니다. 유행은 돌고돌기 마련인 것을 하필이면 지금 시점에서 패션 유행이 어느정도 유사성을 갖는다는 이유로 한번 더 비틀즈와 언급되는 것은 어쩌면 행운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또 CNN은 1960년대 비틀즈 열풍과 2019년 BTS 열풍을 비교하면서 BTS 열풍을 비틀즈 팬을 뜻하는 비틀 마니아에 빗대어 설명했습니다. CNN은 "1964년 2월 영국 보이 밴드 비틀즈가 미국 에드 설리번 극장에서 데뷔한 후 비틀 마니아가 미국을 사로잡았다"며 "그로부터 55년이 지난 2019년 5월, 또 다른 외국 밴드가 같은 장소에서 공연을 펼쳤다"고 했습니다. 


“They’re the Beatles for the 1st Century, a global pop sensation that generates mania and devotion in equal measure.” ㅡ BBC


"그들은 1세기의 비틀즈인데, 열광과 헌신을 같이 만들어내는 세계적인 팝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 BBC


“BTS have changed the face of pop, as the first Korean group to reach the upper echelons of the western music industry.” ㅡ The Guardian


"BTS는 한국 그룹 최초로 서양 음악 산업의 상위 지위에 도달하면서 팝의 면모를 바꾸었다." - 가디언

<번역이 틀렸다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다음과 같은 찬사가 쏟아졌던 시점은 런던의 2만 명 규모의 O2 아레나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브 투어를 즈음해서였습니다. 10월 9일과 10일에 열린 두 콘서트는 완전히 매진되었죠. 어제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을 가득채운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각 언론사의 평가가 틀리지 않고 적절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O2 아레나

맨체스터 아레나 다음으로 영국에서 두번째로 큰 실내 경기장이다. 2008년에는 미국 뉴욕의 메디슨 스퀘어 가든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은 공연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비틀즈의 아성과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비교했을 때, 과연 이 비교가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비틀즈를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방탄소년단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런 식의 단순비교는 현재 시대에 맞지 않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비틀즈가 인기를 독점하던 시절, 그 때에는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이 저녁이 되면 가족들과 함께 모여앉아 TV를 같이 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TV가 사람들에게는 큰 오락거리였던 셈이죠. 그 TV에서 여러 음악들이 소개 되었고, TV는 가수들의 신곡과 인기곡을 알려주는 놓칠 수 없는 미디어임이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TV가 아니어도, 그리고 굳이 가수들의 신곡이 없어도 심심할 겨를이 없는 시대죠. 항상 유튜브를 통해 꼭 TV가 아니더라도 원하는 동영상을 쉴새 없이 찾아서 볼수 있고, 원하는 영화는 어디서든 볼 수 있으며, 게임을 좋아하면 어디서든 인터넷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할 수도 있습니다. 


옛날만큼 대중음악에 목매는 시대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지금 비틀즈가 다시 전성기를 찾는다고 한들 예전만큼의 인지도는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영어를 쓰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 점 하나만으로도 미국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보여집니다. 어쩌면 서구권에서 흑인들보다도 차별받는 인종이 바로 우리 동양인들인데, 그런 동양인이 영어로 미국을 공략하는 것이 아닌 꼿꼿한 자세로 우리말을 사용한 노래를 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성과라니.. 놀랍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방탄소년단이 비틀즈에 충분히 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생각도 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