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할 가정이 있는 지금 게임을 예전처럼 자주 하지는 못 하지만 가끔 가족들 눈치를 보며 게임을 하곤 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게임을 하다가 여차하여 아내에게 걸리기라도 하면 등짝 스매싱을 맞기 일쑤이고, 아이는 요즘 아이들과 진배없이 게임을 좋아하긴 하지만 아빠가 게임하는 것을 보기라도 하면 엄마한테 일러바쳐 결국 등짝 스매싱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아이는 자신도 게임을 좋아하면서 왜 아빠가 게임하는 것을 보면 엄마한테 일러바칠까? 단순히 혼자만 엄마한테 게임한다고 혼나는게 싫은 것이다. 아빠도 혼나야 덜 억울한 지극히 어린아이적 주관이다.


그렇게 곳곳에 감시원들이 배치된 삼엄한 공간에서 바탕화면에 '바로가기 아이콘'까지 숨겨가며 게임을 간간히 하지만 나에게는 늘 갈증이 있었다. 그렇게 시간적 공간적 제약의 스릴을 즐겨가며 하는 게임이지만 그 갈증탓에 정말 몰입한 게임은 거의 없었다. 한 마디로 한 게임만 빼고는 다른 게임들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 게임의 이름은 바로 '와우(World of Warcraft)'였다. 나에게 있어 가장 재미있었고 다시 하고 싶은 '게임'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역시 와우를 꼽을 것이다.


한 때는 와우에 미쳐 있었고 비록 폐인만큼은 아니었지만 당시 한창 진로를 고민해야 하던 나에게는 금쪽같은 시간인 하루에 최소 4~5시간 정도를 할애하게 만들었다. 물론 주말에는 하루종일 붙잡고 있던 적도 있다.




그렇게 다시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이라면 다시 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와우는 지금도 유료로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의 와우는 판이하게 다르다. 와우가 서비스를 시작한 그 이후로 불타는 성전(2007년 1월), 리치 왕의 분노(2008년 11월), 대격변(2010년 12월), 판다리아의 안개(2012년 9월) 드레노어의 전쟁군주(2014년 11월), 군단(2016년 9월), 격전의 아제로스(2018년 8월) 등의 7개의 확장팩이 얹어졌기 때문이다.


확장팩이 하나씩 얹어지면서 레벨업을 또 해야하는 불편함도 가져다 주었지만 새로운 지역이 대거 추가되고, 기존 일부 지도가 바뀌고, 이동수단 경로도 바뀌었으며 새로운 종족이나 직업군도 몇 개씩 늘어난 탓에 잠깐 접속했을 때 느꼈지만 예전 와우와 같은 게임인 것인지 모를 정도였다. 결국 예전의 향수를 느낄 수 없는 새로운 게임이 되었던 것이다.


만약 이런 확장팩 형식으로의 업데이트가 아닌 시리즈 형식의 업데이트였다면 어떠했을까? 다시말해 확장팩으로 이렇게 어지럽혀지는 이런 와우같은 게임이 아닌 '디아블로'처럼 디아블로1, 디아블로2, 디아블로3 처럼 기존 버전의 게임을 침해하지 않고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다시 하고 싶었던 버전의 게임을 골라 추억을 꼽씹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나의 생각일 뿐 개발자들의 고충도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 마냥 블리자드를 탓할 수는 없다.


그렇게 결국 와우는 나에게 있어 다시 하고 싶어도 절대 할 수 없는 게임이었던 것이다. 계속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게임임에도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방법이 생겼다. 블리자드에서 새롭게 '와우 클래식'을 론칭한 것이었다.


이번 와우 클래식은 7개의 확장팩이 얹어진 기존 와우와는 다르게, 확장팩이 얹어지지 않은 오리지널 버전이다. 물론 이 이후로도 하나씩 확장팩을 얹어서 기존 와우와의 차별성을 스스로 무너뜨릴 수도 있겠지만 향후 어떤식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나처럼 예전 와우의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는지 월정액 요금인 19,800원의 요금을 지불해야 함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15년이 지난 게임을 재출시 한 것에 불과한데도 이런 성과를 보임에 게임업계가 놀랐다.


이에 따라 나는 많은 고민을 해야만 했다. '비록 지금 이 시점에 다시 게임에 빠져드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한 답에는 부정적임에 틀림없었지만, 10여년이 지날 동안 이 게임만 그리워했다는 점에서 큰 고민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즐길 수 없는 다시는 할 수 없는 게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와우 클래식이 적어도 몇 년 동안은 서비스할 것 같아 천천히 고민해도 늦지 않을 것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 저랩존에서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나면 과연 사람들과 협동해야 하는 게임을 '싱글게임'으로써 혼자 즐겨야 하는 부담감도 생각해 보았다. 오래 서비스한 여타 게임들이 지금 그렇지 않은가? 또한 비록 초반에 요금 변동은 있었지만 15년 전의 월정액 요금 19,800원과 지금 직장인인 나에게 다가오는 그 때와 같은 요금인 19,800원의 체감은 다르게 다가왔다. 물론 당시에는 제공되었던 시간제 요금이 없어졌다는 것은 꽤 불편했지만 말이다.


결국 나는 이 와우 클래식에 한 달치 요금을 지불했고 한 달동안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때문에 블로그에 신경을 못써 한달간 새 글을 발행하지 못했다. 이로써 게임중독의 폐해를 다시한번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물론 시작은 거창했다. 와우 클래식을 하면서 유튜브로 송출도 해볼 요량이었고 실제 게임을 하면서 녹화도 해놓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을 뿐. 게임에 몰입한 내가 게임외에 다른 것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그냥 한달 간 와우 클래식만 주구장창 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앞다투어 내놓은 뉴스 기사들 처럼 사람들은 예전의 불편함을 원했을까?


글쎄. 나의 생각은 다르다. 물론 와우 오리지널을 그대로 본딴 와우 클래식이 사용자 인터페이스면에서 확실히 유저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퀘스트의 내용도 두루뭉술하여 어디로 가야하는지 헤맬 때도 많고, 단축키도 해당 위치에 아이콘만 배치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칸을 만들어 배치하고 단축키도 설정해야 하는 등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사용자가 직접 만든 '애드온' 프로그램이 성행하였고, 그런 애드온들을 별도로 설치한 사람에게는 여러가지 편의성을 제공했다. 결국 불편한 시스템인 것은 맞지만 애드온의 사용으로 인해 그 불편함을 유저들이 스스로 극복해가며 게임을 했다는 것이다.


과연 예전에 와우 오리지널을 플레이하면서 애드온을 쓰지 않은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한창 애드온이 활발할 때에는 '하늘아리'같은 통합 애드온도 성행하여 간단하게 '설치' 버튼만 누르면 여러 애드온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 지금 와우 클래식을 유튜브에서 방송하는 사람들도 살펴보면 하나 이상의 애드온을 사용함을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때의 불편함을 그리워했다기 보다는 당시 MMORPG의 초창기인 만큼 개발사들의 배려가 사려깊지 못해 불편했지만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극복해서 썼을 뿐이지 그 불편함이 그리웠던 것은 아니었다. 사용자들이 다시 와우 클래식에 열광하는 것은 지금의 와우 버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제로스만의 게임성과 당시의 추억이었을 것이다. 물론 나의 생각이다.




다시 즐긴 와우 클래식. 기대함큼 재미있었을까?


사실 이전 글에서도 언급을 한 적이 있지만, 

2019/05/03 - [일상 이야기] - 리니지는 부분유료화, 그럼 와우는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들도 많지 않고 이미 확장팩이 7개나 얹어진 터라 신규회원에게는 진입장벽이 상당이 높은 와우는 무료로 결재하는 것이 맞아보인다고까지 말했었다. 사실 오픈베타때부터 했던 나 조차도 적응에 쉽지 않은 지금의 와우였기 때문에 계정비 결재를 하면서까지는 즐기고 싶지 않았던 것이 큰 이유였다. 늘 갈증이 있었던 게임이었지만 실제로 지금의 와우를 플레이했을 때, 그 갈증을 모두 해소해 주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컸다. 물론 늘 그리워했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블리자드가 와우 클래식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었다. 사실 그간 와우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 다만 유료화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만 궁금했을 뿐. 물론 와우 클래식의 최초 발상이 이미 불법으로 서비스하고 있던 기존 사설 서버로부터 아이디어가 나왔었고, 개발진들도 성공에 그리 호의적이었던 상황도 아니었지만 와우 클래식의 반응이 생각보다 뜨거웠다.


와우 클래식에 접속한 나는 다시 레벨 1부터 플레이해야 했다. 새로 장착할 가방을 사기 위해 닥치는 대로 골드를 모아 6칸 가방부터 사기 시작했다. 돈이 모이는대로 6칸, 8칸, 14칸 등 천천히 큰 가방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또한 나만 그런 것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루트로 키워야 했기 때문에 저렙존에서는 사람들이 넘쳐났고 혼자 뒤쳐졌다는 느낌없이 천천히 즐길 수 있었다. 만렙이 되면 대략 어떤 것을 하고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알기 때문에 조바심을 내지 않고, 이번에는 광렙이 목표가 아닌 컨텐츠를 천천히 즐기고 싶었다. 이런 이유로 사실 한 달을 했지만 내가 키운 두 캐릭터의 레벨은 36, 35에 불과했지만 뭐 어떤가. 그냥 추억을 즐길 뿐이었다. 예전에는 등한시 했던 낚시와 요리도 레벨업을 하면서 같이 숙련을 올렸고, 전문기술 역시 레벨에 맞춰서 채집과 제작에 신경썼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놀아본 나의 한 달간의 게임 나들이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 때의 추억이 되살아났고, 어딜가나 여기저기서 보이는 돌아온 와우저들 또한 반가웠다. 물론 지금은 그 때와 다르게 길드도 들지 않았지만 사람냄새 나는 게임임에는 틀림었었다. 한 달간 푹 빠져 살았고 잠시 시간이 날 때면 항상 와우를 즐겼다. 여담이지만 그럼에도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았다는 것은 나의 용의주도함이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것을 증명한다. 


만약 같은 느낌을 찾고자 와우의 현재 확장팩인 '격전의 아제로스'를 플레이했다면 어떠했을까? 레벨 1부터 키워가는 와우 클래식처럼 즐기려고 했다면 말이다. 어딜가도 사람없는 싱글게임 마냥 혼자 놀아야 했을테고, 5인 던전은 같이 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만렙이 가까워질 동안 던전은 구경도 못할 채 퀘스트에만 열중했을지 모른다. 최고레벨이 상향된 만큼 레벨을 올리는데 드는 시간은 빨랐겠지만 그 만큼 건너뛰는 지역도 많았을 것이다. 아제로스 곳곳을 돌아다니며 마치 데자부를 보는 듯한 옛 추억이 어린 장소들을 수없이 건너뛰기 했어야 했을 것이고 그런 탓에 내가 이곳에서 예전 향수를 느낄 수 있었을런지는 회의적이다. 이런 이유들이 내가 와우 클래식을 했어야 하는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대만족이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몇 달은 더 빠져들어야 나의 갈증이 풀어질 것만 같다. 하지만 무언가를 하나 얻으면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하는 법. 해야 할 일상생활에서의 상당한 분량의 일을 건너뛰기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 블로그에 새 글이 한 달째 올라오지 않던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다. 그럼에도 내 손으로 와우 클래식에 손을 놓을 수 없었기에 차라리 한 달의 계정 기간이 빨 끝나기를 바랐었다. 지금은 그 한 달이 지났고 결국은 새로 추가 결제를 잠시 미룸으로써 내 생활의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이제는 한 달 단위가 아닌 일주일 기간의 결제를 하며 어느정도 내 생활과의 균형을 유지해야겠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아제로스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