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모르는 저자는 쓴 자서전 형식의 자기계발서에는 잘 손이 가지 않는다. 특별히 무언가에 새로운 도전을 할 때에만 끄적끄적 찾아보는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책 하나로 유명해 보자는, 혹은 책을 통해 자기 사업을 홍보하는 이들을 워낙 많이 봐서 그렇다. 특히 어린 시절 사서 봤던, 성공은 해보지도 않은 특정 종교인의 '성공'에 대한 자기계발서는 내 기억 속 최악의 책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그 책의 목적이 포교였다는 의심만 든다. 게다가 저자 이름이 '자청'이라니.. 뭔가 별명뒤에 숨어서 실명을 드러내지 않는 자에게 관심을 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도대체 '밀리의 서재' 베스트에서는 왜 안내려오는거야? 밀리의 서재를 접속할 때마다 첫 페이지에 떡하니 떠있는 '역행자'라는 글자가 별로 손이 가지 않는다. 하도 베스트에서 안 내려오길래 본 책소개. 일반인의 사고에서 역행하라는 대충 그런 뜻으로 알고 역시나 패스. 그런데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도대체 베스트에서 왜 안 내려오는 거야? 궁금해서 한번 읽어봐야겠다. 슬쩍 읽어보고 내용이 별로면 더 이상 안 읽으면 되니까. 이것이 밀리의 서재의 장점이다.

 

음 이 저자는 돈을 많이 벌었군. 일단 무슨 얘기를 하는지 더 들어나 보자. 어쩌다 보니 결국 다 읽어버렸다. 천천히 정독하느라 열흘가량이 걸린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왜 베스트에서 안 내려오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가 원하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원할 것 같은 내용들이 이 책에 모조리 들어있는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의 자서전 형식의 자기계발서의 경우. 자신이 어떻게 돈을 벌었고 지금은 힘들지만 나중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이 들어있다. 그런 책을 읽는 도중이라면 내 안에서 느껴지는 활활 타오르는 도전의 열기가 생기지만, 책을 덮고 나면 며칠 가지 않는다. 다른 책들이 그저 '나중을 위해서 지금을 잠도 줄여가면서 무조건 노력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던진다면, 이 역행자는 사람이 왜 도전을 쉽게 하지 못하는지, 왜 성공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지 정작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부터 짚고 넘어간다. 그리고 그 내용이 역행자에서 상당 부분 차지한다. 이런저런 심리학이나 뇌과학 책들에게서 내가 궁금했던 내용만 뽑아서 정리해 놓은 느낌도 든다.

 

책을 가까이 하라는 내용은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는 내용이다. 하지만 내가 읽은 책들이 이 주제에 관해 논하는 내용은 책들에게서 많은 간접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역행자는 같은 주제에 관해 설명을 하더라고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뇌과학 측면에서도 책이 주는 장점에 대해 설명하지만, 가끔씩 막히는 일이 있을 경우 다른 분야의 책도 보라는 다소 엉뚱해 보이는 견해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맞는 말임에 무릎을 탁 치게 될 것이다.

 

역행자 책에서 계속 다뤄지는 유전자 오작동. 이 것을 안 것만으로도 나는 어마어마한 깨닳음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것을 모르고 살았기에 나는 여태껏 자기 합리화에 빠져있었고, 누군가의 다그침을 회피하기 위해 방어기제를 세움에 많은 세월을 보냈다. 이런 것들을 알기 위해 심리학 책을 보려고 도전도 했으나 결국 제대로 된 책을 찾지 못한 채 추후를 기약하고 있던 차에, 마침내 손에 들어온 책이 내가 알고자 했던 심리학,자기계발서의 좋은 내용들을 총망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이 책의 독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 역행자에서 추천하는 책 리스트가 책 후반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필요했던 책들. 하지만 검색하지 못했던 책들이 다수 있었기에 나는 이 책들을 또 읽어나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내가 심리학에 대해서 알고자 함에 '심리학'이라고 검색만 하니 내가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없었단 것을 알았다. '클루지'라는 책에 그 내용이 있는 것 같기에 나는 다음 타겟을 '클루지'로 잡고 현재 읽고 있는 중이다. 심리학? 클루지? 아마 역행자를 보지 않았다면 결국 찾아내지 못할 것이었다.

 

어느 정도 내 삶의 약간의 변화가 생길 것만 같다. 물론 이 저자만큼 돈이 벌지 못하더라도, 내가 무엇을 하기 전에 왜 그것을 하기 싫어하는지 이유를 알기 때문이다. 그것만 알아도 그런 본능적인 거부감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책을 보지 않았더라면 내 뇌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전자 오작동'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이나 했을까? 그저 내가 게으른 줄만 알았고, 부지런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교과서적인 믿음만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저자 자청의 얘기를 들어보면 본인도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았고, 잠을 줄여가면서 미친 듯이 노력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이 책을 알지 못했다면, 어쩌면 나는 패배주의에 빠져 세상을 비관하고 있었을 것이고 점점 부정적인 사람이 되어감을 넘어 우울증에 빠져 지낼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내가 느낀 부정적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 알고 있고, 이 감정이나 생각이 선사시대에서부터 내려온 아직 진화하지 못한 본능의 잔재라는 것을 알게 되니 내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얼른 이 책이 베스트에서 내려왔으면 좋겠고, 다른 사람들이 더 이상은 이 책을 몰랐으면 좋겠다. 나만 이 책을 보고 깨어있는 사람이고 싶기 때문이다.